인도네시아에 산지 벌써 7년.
찌까랑에선 백인 친구들도 많았고 인도네시아 현지인 친구들도 많았다. 백인 친구들은 아무도 묻지 않는데, 인도네시아인 친구들은 조금 친해지면 하나 같이 한국 사람들의 성형에 대해 질문한다.
처음 호주 선교사가 이끄는 현지 교회 사람들이 구역 예배 같은 걸 한다고 해서 가봤는데, 우리나라의 꼬치 같은 사떼도 해 먹고 분위기가 좋았다. 그 당시 나는 그 교회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같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고 거기서 제일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남, 북한의 사정에 대해 질문했고 나는 아는 만큼 대답했다. 복잡한 세계정세로 지금의 상황에 처했고 동, 서독처럼 하나가 되기는 여러 복잡한 사안이 있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그때 어떤 젊은 여자가 질문했다.
"한국은 대부분 성형하죠?"
"음.. 글쎄요. 한국인의 눈은 보통 쌍꺼풀이 없어서 쌍꺼풀 정도는 하는 편이긴 해요." 그러면서 내 눈을 예를 들었다. 오른쪽은 쌍꺼풀이 있고 왼쪽은 없는데 오른쪽을 한 손으로 가리며 보통은 이렇게 생겼고, 왼쪽을 손으로 가리며 수술하면 이렇게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나더러 묻는다.
"왜 한쪽만 했어요?"
"아니에요. 저는 성형을 안 했고 제 눈은 원래 이렇게 생긴 거예요, 누가 일부러 이렇게 짝짝이로 만들겠어요?"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이 그만하라고 다그친다. 뭐 궁금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게 내가 받은 첫 번째 한국인의 성형에 대한 질문이다.
그 후 단지 내 호주에서 유학했다는 영어가 유창한 인도네시아 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며칠 만났더니 또 성형에 관한 질문을 한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눈 정도는 거의 많은 여자들이 하는 편인데 거짓말을 하는 것도 좀 우습고 난감했다. 이러다 한국 여자들을 전부 성괴로 생각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그들이 만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고 다들 얼굴이 아주 이쁜데 온라인 상으로 성형 전. 후가 떠돌다 보니 더 그렇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황당한 질문까지 받았다. 스마랑으로 이사 와서 혼자 아침 산책하다 75세 현지인 할머니를 만났는데 여러 가지 이야기 끝에
"한국인들은 전부 성형했죠? BTS도 전부 성형해서 그렇게 잘 생긴 거죠?" 한다.
난감했다. 내가 R.M의 배움에 대한 열정에 반해서 BTS를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나 그들이 성형했는지는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연예인들이야 얼굴이 재산이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왠지 이번엔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닐 거예요. 한국 보이그룹은 실력 있고 잘 생긴 애들을 뽑아서 그룹을 만들다 보니까 모두 잘 생겼을 거예요. 그리고 그들이 무대에 설 때는 화장도 진하게 하는 편이니까 더 돋보이지 않을까요?"
한국인의 성형 여부를 굳이 확인하려는 의도가 뭘까? '한국 연예인들은 왜 잘 생기고 이쁠까?'에서 궁금증이 시작된 걸까? '그들이 저렇게 잘 생기고 이쁜 까닭은 다 성형을 해서지 원래 그렇게 다들 이쁘지는 않을 거야.'라고 조금은 깎아내리고 싶은 의도가 숨어 있는 걸까? 둘 다 맞지 싶다. 다시는 그런 질문을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심기를 거드리는 사건이 최근에 또 발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인과 결혼한 젊은 남자가 인도네시아 방송에 출연해서 떠들어 댄다.
"한국인들은 다 예뻐요. 왠지 아세요? 다들 성형했거든요. 한국 가고 싶으세요? 못 생긴 사람은 취직도 안 되니까 거울보고 자신 없으면 포기하세요. 그냥 여기 인도네시아에 사세요. 심지어 자기 딸의 성형까지 부추기는 곳이 한국이에요."
"그럼 못 생기면 일자리를 못 구하나요?"사회자가 묻는다.
"성형하죠. 취직해야 되니까요."
인도네시아인 아내가 맞장구친다.
"저는 한국 가서 성형 안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성형 안 했으면 한국에서 길거리를 못 다녀요."
사회자, 한국인 인플루언서(leejeonghoon으로 인스타에서 아주 유명하다는데 발음을 보니 인도네시아 태생이거나 아주 어릴 적 와서 살았음에 틀림없다. 아마도 국적을 바꿨을지도. 군대 안 가려고), 그리고 그 와 재혼했다고 알려진 인도네시아 여자 이렇게 셋은 손뼉 치고 깔깔대고 난리도 아니다.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내니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질 거고 더 자주 방송을 타고 한국인에 대한 2억 7천 인도네시아인의 생각은 <성괴>로 결론 내려질 것이다.
착잡한 현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직 어린 청년 같아 보이는 외모의 남자의 경솔하고 자극적인 발언으로 한 나라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데 정말 막을 방법이 없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