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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Mar 02. 2023

하루 종일 비가 온다.

세계 기후에 이상이 있긴 있나 보다.

계속되는 비소식으로 새벽 걷기 운동도 빨래 말리기도 비상이 걸렸다. 인도네시아 우기는 원래 하루 중 한번 정도 잠시 세상을 온통 씻어 버릴 듯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그리고 그치면 비가 언제 왔냐는 듯 새초롬하게 해가 얼굴을 내밀고 다시 맑아졌다. 하지만 요즘은 한국의 봄비처럼 하루 종일 주룩주룩 내린다. 아니 추적추적 내린다고 하는 게 더 옳겠다.


새벽 다섯 시면 자동으로 준비하고 나가던 걷기 운동도 패턴이 달라졌다. 알람소리와 함께 잠시  떴다가 먼저 빗소리가 들리는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확인한 후 빗소리가 감지되면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기를 복한다. 빗소리가 들리면 게으름은 그레 웃는다.


처음 인도네시아로 이주하고 한국과 너무 다름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그때도 우기라 집의 천장을 뚫을듯한 폭우가 쏟아지면 현관 앞으로 나가 마구 퍼붓는 비를 보며 마음을 정화시키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적응을 해서 그런지 이곳 삶의 답답함 보다는 까슬까슬 마르지 않는 빨래와 온 집안 가득한 로 인한 혹시 모를 옷장 안의 곰팡이가 걱정된다.


하긴 이 지긋지긋한 비가 그치면 무시무시한 폭염이 몰아치겠지? 온수를 틀지 않아도 한낮에 데워진 옥상의 물탱크로부터 나오는 물은 뜨겁고 낮에 마트를 가면 주차된 차에 몸을 실으면서 미간에 짜증 가득 주름을 만들며 한숨 내쉬겠지? 좋아하지 않지만 없으면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에어컨에 의지해 더위야 물렀거라 외칠지도 모르겠다. 이제 비가 그만 좀 왔으면 좋겠는데 그 후 닥칠 폭염에 오지 마라 하기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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