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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Apr 03. 2023

요리로 시작된 언쟁, 자신을 돌아본다

난 언제 어른이 될까

어제저녁, 작은 아이가 떡볶이를 해 먹자고 했다. 좀 귀찮은 마음직접 할 거면 그러라고 했더니 그런단다. 하긴 아이가 요리를 한다는 게 결과적으론 전부 내 손길을 요구한다.


"엄마, 떡은 어디 있어?"

"엄마, 어묵은 어디 있어?"

"엄마, 물은 얼마나 넣어야 해?"

"엄마, 고형 카레는 어디 있어?"

"엄마, 고추장은 어디 있어?"

"엄마, 설탕은 얼마나 넣어야 해?"

"엄마, 야채 넣은 물이 끓는데 어쩌지? 지금 떡을 넣어도 돼?"

"엄마, 물이 좀 많은 것 같은데 어쩌지?"


유튜브 레시피로 만들어 먹는다고 하고선 엄마를 마구 불러댄다. 이쯤 되면 나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사실 아이는 불을 무서워한다. 끓으면 불이 날 것 같고 곧 폭발할 것 같단다. 두려움이 몰려오나 보다. 또래 친구들은 혼자 이것저것 잘해 먹는다는데 왜 얘는 이렇게 겁을 내는 건지.. 하긴 나도 고소공포증, 폐소공포증, 공간감각 없음, 그뿐인가 귀신도 무섭고, 사람도 잘 못 알아보고, 놀이공원 놀이기구는 천만 원을 준다 해도 탈 수 없는 허점투성이 사람이다.


그런데도 아이가 물 끓는 모습에 겁을 내는 게 왜 그리 한심해 보이는 건지. 큰 아이의 원룸생활을 지켜본 후라 그런지 작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몇 년 후 아이의 삶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서 그런 건지..


아이는 요리하는 동안 엄마가 곁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봐 주기를 원했지만 나도 집안 정리해야 할 일도 많고 그 정도는 혼자 해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기에 거실에서 대충 대답만 하고 을 두려워하는 걸 알면서도 서 <곁에 서서> 지켜봐 주진 않았다.


아이는 자신이 불을 겁내는 걸 알면서도 곁에 서서 도와주지 않음을 탓했고 나는 그깟 불이 무서워서 엄마를 러대는 아이 모습에 화가 나서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래도 결과물은 그런대로 맛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옹졸해진 내 마음은 칭찬을 주저하게 만들었고 흠을 잡으며 맵고 짜고 달기만 하다며 타박을 했다.

 

50 이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뜻으로 <지천명>이라 한다는데 하늘의 뜻은커녕 내 마음도 모르겠고 나 자신의 고집도 꺾기 힘들다. 지기 싫어 아이와 언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며 한참 모자란 나를 다시금 알아차린다. 난 언제쯤 어른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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