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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Apr 16. 2023

귤에 씨가 있다고?

<저룩 만다린>에는 씨앗이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다양한 종류의 저룩 <귤>이 있다. 그중 우리 집에서 주로 먹는 건 저룩 만다린과 저룩 발리다.

<저룩 발리와 저룩 만다린>


저룩 발리는 내 머리 하나 만한 크기인데 그것도 보통 사이즈가 그렇고 더 큰 건 수박만 한 것도 있다. 크기가 있다 보니 하나를 까면 온 가족이 나눠먹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 귤과 비슷한 건 찾기 어렵다.


인도네시아 마트 작은 과일 맛을 볼 수 있게 허락하는데 귤만큼은 반드시 맛을 확인하고 산다. 간혹 남편과 함께 가는 날엔 귤을 까서 맛을 보는 나를 간이 커진 한국 아줌마라며 창피해한다. 하지만 귤맛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맛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한다.


어쨌거나 어렵게 한국 귤과 비슷한 맛을 가진 귤을 찾으면 가족을 먹이기 위해 한아름 사 오는데 정작 남편과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귤에 씨앗이 너무 많 때문이다. 그래서 꼭 먹이고 싶을 땐 그릇을 챙겨 와서 알알이 까서 씨앗을 빼고 껍질도 다 까고 속 알맹이만 담아 숟가락과 함께 준다. 게으른 인간들. 에미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먹이고 싶은 건지.. 그냥 입안에서 조금 오물거리다 씨앗을 뱉어내기만 하면 되는데.. 하긴 어떤 귤은 하나 까면 뱉어낸 씨앗이 한 손 가득일 때도 있긴 하다.  


어느 날은 인도네시아인 친구와 함께 시장을 갔는데 그 친구가 귤맛을 보더니 맛있다고 나더러 사라고 권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은 여기 귤이 씨앗이 너무 많아 먹기 귀찮아한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세상 모든 귤이 다 씨앗이 있지 없는 것도 있어?"

아이고.. 이 친구는 씨앗 없는 귤을 못 봤나 보다.


하긴 한국 사람들이 바나나는 당연히 씨앗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 같긴 하다. 난 하나에 30cm 정도이고 까만 씨앗도 몇 개나 있는 고 당도의 바나나를 여기서 맛봤는데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믿기 어렵겠지? 그리고 초록 귤(라임아님)이 입에 맞다고 그것만 찾는 이들도 있으니. 사람들의 취향은 정말 각양각색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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