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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May 03. 2023

폐소공포증인 나 다이빙에 도전하다(1)

열흘간의 휴가 한 달 전

인도네시아는 길게는 열흘 정도의 <르바란> 휴일이 있다. 미리 계획을 하지 않으면 비행기도 호텔도 모두 예약불가라 하루라도 빨리 결정을 해야만 했다. 늘 내가 여행지를 물색하고 예약해 왔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떠오르는 곳도 없고 의욕도 없었다.


더운 날씨에 저녁 먹은 설거지를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데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뭐 해? 휴가 어디로 갈지 정했어? 특별히 정한 곳 없으면 발리로 다이빙하러 갈래?"

"다이빙?? 갑자기 무슨 다이빙이야? 일단 ○○이 한테 한번 물어볼게.."


갑자기 무슨 다이빙이냐 싶었지만 남편의 고민 끝에 내린 의견을 바로 무시하기 그래서 작은 아이에게 물어보겠다며 전화를 서둘러 끊었다.

"아빠가 이번 휴가 때 다이빙을 하자는데 넌 어때?"

"다이빙? 뭐, 나쁘지 않지.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이의 답변은 보통 의욕 없이 "몰라" 였는데 이번엔 어쩐 일인지 한 번 고민도 안 해보고 바로 긍정의 답을 한다. 이제 뒤로 물러날 곳없다.

 

머릿속에 어둡고 답답한 바닷속이 그려졌다. 숨은 어떻게 쉬지?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난 그리 내키진 않는데.. 괜찮으려나.. 스노클링만 해도 바닷속은 다 볼 수 있는데 굳이 다이빙을? 둘만 시키고 나는 그냥 하지 말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달리 생각해 둔 다른 여행지도 없었다.


성격 급한 남편은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이는 뭐래?"

"음.. 좋다는데? 재미있겠다는데?"

"잘 됐네. 그럼 견적 받는다."

회사업무 외엔 아무것도 신경 쓰기 싫어하는 남편이 또 이런 일은 일사천리다. 늘 일하느라 많이 바쁜 줄 알았는데 견적도 바로 받아서 카톡으로 보내왔다. 숙소비용 포함인데 늦어지면 예약이 안될 수 있으니 지금 선금을 보내라며 계좌번호까지 주었다.

'그래, 까짓 껏 한번 해보지 뭐. 죽기야 하겠어?' 생각하며 받은 계좌번호로 선금 미화 520불을 송금해 버렸다.


오래전 무릎수술 후 재활로 수영을 배워둔 게 다행이다 싶긴 했지만 수영장이 아닌 바닷속은 여전히 두려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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