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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May 04. 2023

폐소공포증인 나 다이빙에 도전하다(2)

출발부터 불길하다.

발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면 집에서 30분 거리에도 공항이 하나 있었지만 우리는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다른 동네로 가서 타기로 했다. 같은 기종인데 어떤 이유인지 가격이 두배로 차이 났기 때문이다.


공항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우리 부부는 사소한 일로 크게 한 바탕 고성이 오가는 다툼이 있었고 난 기분이 완전 엉망이 돼버렸다. 이런 기분으로 무슨 여행이람. 다이빙이뭐고 모두 접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나는 화가 나면 오래가는 편인데 남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편이다. 이런 남편의 성격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공항에 도착해서 차에 있는 짐을 내려놓는데 역시나 남편은 방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정하게 말한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네. 11시 비행기니까 좀 기다려야겠다. 가서 뭐 먹을지 찾아보자."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는 없지. 이미 출발은 했고 그래 좋은 마음으로 떠나자 싶어 나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함께 걸었다.


간단 요기를 마치고 우리는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고, 한 시간 후 발리에 도착했다. 역시 발리는 인도네시아에 있지만 별천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온갖 나라 언어가 들린다. 백인들도 얼마나 많은지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유럽 어디 있는 기분이다. 


이번 발리 여행은  다이빙 패키지로  거라 픽업하러 다이빙센터 직원이 미리 와 우리를 반겨주었다. 차를 타고   30분가량 가니 앞으로 4일 밤을 지 숙소와 수심 4미터 정도의 수영장이 앞에 펼쳐졌다.


짐부터 풀고 잠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바로 수영장 훈련이 시작되었다. 일반 실내 수영장은 괜찮은데 이렇게 수심이 깊으면 너무 무섭다. 딸아이는 잠수복을 수영복위에 덧입고 남편과 나는 그냥 수영복만 입은 채 교육을 받았다.


다이빙은 장비도 복잡하고 익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폐흡하는 인간이 아가미호흡 하는 바다 생명체들이 사는 곳에서 오래 버텨내야 하니 그도 그럴만하다. 몇 가지 지상 교육을 받은 후 오리발을 하고 산소통을 업고 4미터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입으로만 호흡을 해야 하니 겁도 났지만 오리발만 믿고 들어갔고 생각보다 잘 해냈다. 남편이 의외로 조금 어려워했다. 물밖로 나와서 힘들었냐고 물어보니 4미터 깊이인데도 귀가 너무 아파서 버티기가 좀 힘들었다나. 그리고 다리를 쭉쭉 뻗어서 발차기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뜻대로 잘 되지 않은 모양이다.


십 년 전까지 수차례 마라톤 풀코스, 100km 사이클링, 수경하나와 수영복 팬티로 10km 바다수영을 거뜬히 해내던 그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다음날은 난파선 다이빙 실전이다. 바닷속 깊이 들어가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도전정신 하나 없고 안전제일주의인 내가 다이빙을 도전하다니 사람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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