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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May 05. 2023

폐소공포증인 나 다이빙에 도전하다 (3)

난파선을 가고 오픈워터를 신청하다

발리 다이빙 여행 이틀째, 드디어 난파선을 가는 날이다. 아침 7시 30분까지 준비해서 내려오라고 사장님이 미리 당부하셨다. 세끼 식사를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남편은 조식이 제공되지 않는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챙겨 왔고 서둘러 사무실 식당에서 라면을 끓여냈다. 아침부터 라면을 먹기 싫었지만 딱히 달리 방법도 없고 해서 대충 그렇게라도 해결해야 했다.


식사 후 준비된 차량에 올라 30분가량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 난파선이 위치한 곳으로 갔다. 햇살이 너무 따가워 피부 껍질이 벗겨질 정도였다. 햇볕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태양아래서 늘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 다이빙으로 유명한 곳인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우리는 강사가 시키는 대로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갈 채비를 했다. 백인들이 많았는데 제법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머니도 계셨다. 그녀도 우리처럼 처음인지 긴장된 모습으로 곁에서 알려주는 산소통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어떻게 호흡하는지 연습하느라 분주했다.


함께 간 강사들이 오리발도 채워주고 15kg의 무거운 산소통도 쉽게 업고 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밖에서 너무도 무거워 걷기도 힘들었던 산소통은 물속에 들어가니 무게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바닷물속에선 0.75kg밖에 되지 않아 그런가 보다. 드디어 바다 생물체를 보러 들어간다. 강사들은 우리 산소통 위쪽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안전에 대비한 것이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길이 100미터가 훨씬 넘는 난파선이 보였다. 오랜 세월 탓에 이젠 물고기들과 거북이의 서식지가 되어 있었다. 세계 2차 대전중 미국의 보급선이 일본의 어뢰공격을 받아 난파된 것이라고 했다. 많은 다이버들이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었다. 바닷속에서 몸을 마음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나와는 달리 마치 바닥에라도 앉은 듯 가부좌를 틀고 거북이를 보며 영상에 담고 있는 학생의 모습이 초보인 나에겐 마치 영웅 같이 보였다.


다이빙을 하면서 제주 해녀들이 떠올랐다. 즐거움을 위해 하는 잠수도 이렇게 체력소모가 많아 힘든데 생계를 위해 잠수를 일상으로 해내야 했던 그녀들은 어떤 마음으로 바다에 들어갔을까.


각 30분씩 두 번의 다이빙을 마치고 코치의 컴퓨터에 기록된 것을 보니 최고 12미터를 내려갔었다. 근데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 다이빙이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다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마치고 사무실로 내려가니 한국에서 다이빙을 위해 한 커플이 여행을 왔는데 이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간다고 했다. 그 커플은 숙련된 다이버들이었다. 멋있어 보였다.


사장님과 난파선에서 본 거북이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도착한 날 자카르타에서 한 가족이 <오픈워터>를 따기 위해 왔고 코스를 밟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오픈워터>가 뭔지 아는 바가 없었던 나는 상세히 물어봤고 다이빙의 제일 기초 자격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장님은 어차피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펀다이빙의 일정과도 비슷하고 하나도 어렵지 않다며 추가비용이 들지만 해보길 권하셨다.


난 없어도 그만이지만 중학생인 아이에겐 뭐라도 있으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고 우리 셋은 당장 오픈워터 코스를 밟기로 결정했다.


이론부터 통과해야 하는데 풀어야 되는 문항이 백문제도 넘는 것 같았다. 다이빙용어도 어렵고 익혀야 할 내용도 생각보다 많았다. 다음날도 아침 7시 30분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 되는데 언제 다 풀어낼지 오픈워터 과정 신청은 잘한 선택인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일단 시작을 했으면 끝장을 봐야지. 저녁은 대충 피자로 해결하고 각자 휴대폰을 붙잡고 문제를 푸느라 분주하다. 시간 안에 합격점수를 받아야 할 텐데.. 역시 모든 유형의 시험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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