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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May 07. 2023

폐소공포증인 나 다이빙에 도전하다(4)

오픈워터를 위한 험난한 과정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

밤새 필기시험을 겨우 통과하고 오전 7시 30분까지 오픈워터 훈련을 위해 수영장으로 갈 채비를 했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수영장은 다이빙 훈련사들의 훈련을 위해 미리 예약되어 있는 상태라 사용할 수 없어 근처 호텔 수영장으로 향해야 했다.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다이빙에 초점을 맞춘 바쁜 일정이라  휴양하는 느낌이 전혀 없었는데 호텔 수영장을 가보니 우리가 발리에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히 아름다웠다. 나는 앞으로의 험난한 훈련을 예하지 못한 채 화려한 호텔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곧바로 산소통과 이빙에 필요한 많은 장비들이 준비되었다. 전날 펀다이빙을 위한 기본 과제 4가지를 마쳤으니 오픈워터를 위해서 나머지 22가지를 더 해내야 한다고 했다.


우선 25m 수영장을 왕복 5회를 하라고 했다. 나는 수영 연수반을 마쳤기에 수영은 할 수 있지만 이렇게 4m 깊이에선 자신이 없다. 예전 2m 수영장 물깊이를 미처 확인하지 않고 수영했다가 패닉이 와서 죽을뻔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이는 벌써 마쳤다. 평소 운동도 하지 않는 아이가 쉽게 해내는 걸 보며 너무 놀랐다. 나는 두 번 왕복은 쉽게 마쳤으나 나머지 3번은 너무 힘들게 끝냈다.


다음은 존수영의 기본인 물에 떠있기 훈련이다. 이건 잠수복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해냈다. 다음은 4m 깊이에서 이루어지는 장비사용법 익히기다. 모든 설명은 강사가 인도네시아인이라 인니어로 이루어졌고 나의 모든 에너지를 모아야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훈련은 위험에 대비한 자기 자신 지키기와 버디, 즉 함께 다이빙하는 동료의 안전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잠수를 위한 웨이트착용(하나에 1kg 인 납덩이를 다섯 개 허리에 매달았다.), 산소통이 새지 않는지 체크하고 마스크, 즉 잠수용 수경을 4m 깊이에서 벗었다가 다시 착용, 산소가 부족할 시 물속에서 버디에게 알리고 버디의 산소를 나눠 흡입하는 과정, 버디의 다리에 쥐가 났을 때 수화로 대화하고 돕는 법 등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앞번 잠수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4m 깊이에도 귀가 너무 아팠다. Equalizing 즉, 압력평형인데 주어진 과제를 해내느라 정신없어 제때 조치를 취하지 못해 계속 문제가 생겼다. 이론시험에 중요하게 다뤄진 내용인데 내가 놓치고 만 것이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1m 내려갈 때마다 귀가 아프지 않아도 미리미리 이퀄라이징을 해주라고 당부했다.


험난했던 4m 수영장에서의 과제를 모두 마치고 이제 바다로 나간다. 오픈워터를 위해선 바다 5군데를 다이빙해야 한다고 했다. 입수부터 바다 한가운데서 배 끄트머리에 앉은 채 뒤로 누우며 바다에 들어가는 <백 롤 엔트리> 방식이었다. 나만 무서운가. 남편과 아이는 그 새로운 입수방식을 두려움 없이 바로 해냈다. 마지막 차례라 머뭇거릴 수 없어 뒤로 발라당 누웠고 몸은 어느새 바다 한가운데 떠 있었다.


바다에서도 몇 가지 과제들이 주어졌는데 짠물인 바다 바닥에서 마스크(잠수수경)를 벗었다 끼게 했다. 도저히 해내지 못할 것 같았는데 또 눈을 몇 번 깜빡거리니 따가움이 사라졌다. 수준급 다이버들은 들으면 박장대소하겠지만 바닷물에서 맨눈을 한다는 건 다이빙을 시도하기 전까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펀다이빙에선 강사들이 우리를 잡고 다녔지만 이젠 모든 걸 스스로 하게 했고 1,2 m 뒤에서 거리를 두고 따라다녔다. 폐에 공기를 넣었다 뺐다 하는 방식으로 몸을 띄웠다 가라앉혔다 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 아닐 것 같았는데 또 해보니 신기하게도 조절이 되었다. 산호가 너무 가까우면 그 날카로움에 다칠 수도 있으니 호흡을 깊이 들이마셔 몸을 조금 띄우고 몸이 바다 바닥에서 너무 뜨면 내뱉으며 다시 가라앉히는 식으로 했다.


산소호스를 문 입으로만 산소를 들이마시니 입안이 점점 바짝 말라갔다. 첫아이 낳을 때 호흡연습을 미리 하지 않아 입으로 과호흡을 하다 입안과 입술이 타들어 간 적이 있는데(간호사에게 혼났던 기억이 있다) 그때 생각이 났다. 입안이 물기하나 없이 마르니 너무 힘들어 혀를 이용해서 입안에 최대한 침이 남아있게 노력을 해야만 했다.


주어진 과제를 거의 마치고 이제 바닷속 아름다움을 느낀다. 특히 수영장에서의 훈련은 너무 힘들어 내가 뭐 때문에 이런 짓을 했는지 여러 번 스스로를 원망했는데 또 아름다운 바닷속을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이 혼미해졌다. 평화롭게 떼 지어 헤엄치는 물고기들, 화려한 색깔의 산호, 파란색의 귀여운 불가사리들, 바다 바닥을 멸치같이 생긴 물고기가 촘촘히 무리 지어 약하게 흙먼지를 일으키며 무얼 먹고 있는 모습도 너무 아름다워 넋이 나갈 정도였다.

이렇게 조금씩 다이빙에 빠지나 보다. 휴가로 바다를 가면 늘 스노클링만 했는데 다이빙을 마치고 바다표면으로 올라오니 표면에 둥둥 떠다니며 바닷속을 보고 있는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이 살짝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너무도 아름다운 바닷속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만타, 즉 대형가오리를 보러 간다. 몸은 너무도 고단하고 쓰러질 지경이지만 또 다음날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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