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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May 10. 2023

폐소공포증인 나 다이빙에 도전하다(5)

만타를 만나다

발리 만타포인트로 가는 날이다. 사실 사장님이 전날 <내일은 만타 보러 가겠네요?> 미리 말씀하셨지만 만타가 뭔지 궁금할 새도 없었정해진 일정을 완수에도 이미 벅차 그냥 흘려들었다.


아침 7시 30분에 다시 다이빙하러 차에 올랐다. 이번엔 다행히 차를 타고 한 시간가량 가야 하는 포인트가 아니라 숙소 바로 근처 해변에서 배를 타고 가는 일정이었다. 사장님이 혹시 모르니 멀미약을 챙겨주셨다. 이번 다이빙에선 10m 바닷속에서 컴퍼스를 보는 훈련과 산소를 흡입하는 호스를 입에서 제거하고 조끼에 입으로 바람을 채워 넣는 훈련이 있었다. 뭐든 새로운 걸 익히는 일은 너무 어렵다.


난 뱃멀미가 없지만 아이는 차만 오래 타도 멀미증상인 두통 때문에 좀 걱정이 되었다. 터보트 조종사, 직원들 두 명 그리고 다이빙 강사 세 명이 함께 작은 를 타고 출발다. 한 시간가량을 가야 했는데 파도가 얼마나 센지 몸이 덜컹 올라갔다 내려갔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센 파도가 계속되자 아이는 멀미가 난다며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어두운 표정을 보았는지 배 끄트머리에 앉아있던 강사가 배 끝에 앉으면 덜 흔들리고 견디기 수월할 거라며 그쪽으로 오라고 권했다. 아이와 나는 심하게 덜컹거리는 배안에서 중심 잡기 힘들어 조심조심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역시나 그쪽은 강한 태양이 좀 견디기 힘들 뿐 배의 덜컹거림은 중간 쪽에 비하면 없는 편이었다.


햇볕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최대한 직사광선을 피하려 애썼지만 아이는 귀찮다며 그냥 있겠단다. 건드려봤자 본전도 못 찾을걸 알기에 한 번은 직접 경험해 보라는 생각으로 그냥 뒀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보니 아이의 손등과 얼굴이 강한 태양에 심하게 그을려 새까맣게 변해있었고 아이는 연신 따갑다고 했다. 왜 아이들은 어른 말을 듣지 않는 건지..


드디어 만타 포인트에 도착했나 보다. 디이빙장비를 착용하고 배에서 뒤로 누우며 입수하는 방식으로 들어갔는데 처음엔 바닷물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끝도 모를 망망대해에 둥둥 떠있으니 막막하고 두려움이 몰려왔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우선 10m가량 내려가 모래 바닥이 있는 곳에서 컴퍼스를 보고 앞으로 수영해 간 후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훈련을 다. 닷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훈련인 듯했다. 이번건은 해변에서 설명 들을 때보다 쉽게 해냈다. 이제 더 해내야 할 스킬은 없기를..


마무리하고 이제 다시 18m의 바닷속을 유영한다. 에서의 거친 파도의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다이빙 포인트와는 달리 류가 심해서 가만있으면 바로 쓸려갈 기세다. 이번 다이빙은 강사를 한 명 더 불렀다는 말의 뜻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마한 크기의 만타 가오리 네다섯 마리 눈에 들어왔다. 만타의 배 아래에는 공생하는 작은 물고기들이 따라다녔다. 내 생애 처음 보는 거대한 만타 모습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렇게 큰 가오리가 있다니.. 가까이 가서 보아도 위협적이지 않고 돌고래처럼 다정하게 대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도 크고 두꺼운 몸체마치 물속에서 날아다니기라도 하듯 양쪽 날개를 위아래로 크게 움직인다.

발리 만타 포인트에서 만타를 만나다.

저렇게 큰 입속으로 고래처럼 모든 물고기들을 꿀꺽 삼켜버릴 것만 같은데 또 배 아래에 작은 물고기들이 바짝 붙어 다니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코뿔소와 코뿔소새처럼 공생하는 모습이다. 만타의 희고 커다란 배에 낀 찌꺼기를 먹으며 청소를 해주는 걸까..


만타 포인트, 크리스털 이 그리고 맹그로브 포인트를 마지막으로 화려한 바닷속 여정을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배 위에서 온몸으로 파도를 맞아가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가 한가득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세계가 존재하다니. 마치 내가 <모아나>라도 된 듯 바다에 큰 애정이 생겼다. 모터보트를 타고 바다를 빠져나가는 내 모습도 해양생물에겐 해가 되니 너무 미안해질 지경이다.


숙소로 돌아가 오픈워터 자격증을 받고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타 포인트를 몇 번을 가도 만타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한 번만에 보았으니 운이 아주 좋은 거라 하셨다.


두 번째 방문한 발리가 전과 달리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연히 시작된 오픈워터 다이빙 과정, 아이도 나도 남편도 대만족이었고 다음 단계인 어드밴스도 따보자고 했다. 근데 사실 귀가 많이 불편하다. 아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나이 탓인지 코를 살짝 풀기 어려울 정도로 귀가 아주 불편하다. 지만 정말 보람 있고 멋진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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