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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May 18. 2023

해 뜨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발리에서 일출을 보다

 발리에서의 다이빙 오픈워터 코스를 잘 마무리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정신없이 깊은 잠에 빠졌다.


새벽 다섯 시쯤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난 새벽에 알람 없이도 절로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였는데 이 날 만큼은 정말 깊이 잠들었나 보다. 눈을 떠보니 남편이다.

"어서 해 뜨는 거 보러 가자. 길 찾아봐놨어. 곧 해 뜰 거야. 서둘러야 해."

"어. 알았어."

어딜 가더라도 일출 보는 걸 큰 낙으로 여기는 나였기에 발리에서의 일출도 놓칠 순 없어 바로 옷만 갈아입고 따라나섰다.


바깥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여기저기 구덩이 같은 게 많았기에 휴대폰의 손전등을 이용해서 앞을 살펴가며 조심조심 가야 했다. 해변으로 향하는 길은 어둠 탓인지 미로가 떠오르는 골목길이었고 30여분의 긴 걸음 끝에 드디어 도착하니 벌써 주변이 환해지고 있었다.


특이한 모습의 일출이 시작되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함과 동시에 수평선을 대칭선으로 데칼코마니 같은 모습의 신비로운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기능이 좋지 않은 내 휴대폰으로 발리일출의 참모습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어 너무 아쉬울 지경이었다.


수면에서 올라오는 해는 초당 모습을 달리하며 감탄과 탄식을 자아내게 만들었으며 여태 봐 온 형상들과는 전혀 다른 심오함 그 자체였다. 나의 이 벅찬 마음을 모른 채 하기로 한 건지 야속하게도 해는 너무 빨리 솟아올랐고 어쩔 도리 없는 나는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찰나라고 했던가.. 그래도 이건 너무 순식간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고성능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해가 오르는 모습을 담고 있는 이들도 제법 있었고, 강아지를 데려와 함께 산책하며 일출을 만끽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들은 가부좌를 튼 요가 자세로 얼굴은 해를 향하게 한채 온몸으로 햇살을 담아내려는 듯 가만히 눈 감고 앉아 해의 기운을 맞이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 모습이 참 신비롭게 느껴져 나도 해를 향해 두 눈을 감고 잠시 있어봤다. 감긴 눈꺼풀을 비웃듯 강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왔다. 감긴 눈으로 느끼는 햇살은 눈부심은 없었지만 온통 발간 것이 마치 나와 해가 하나가 된듯한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난 사실 발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8년 전 처음 왔을 때 오염된 바다와 북적거리는 인파들 그리고 어지럽게 펼쳐진 상권들이 평화를 느끼게 하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리 방문은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에 새로운 세상을 본듯했고 일출은 이 평화로운 발리 덴파사르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남편 덕분에 오게 된 발리 다이빙여행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머지않은 언젠가 또다시 방문하길 약속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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