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갑자기 P.T. 를 받고 싶단다. 운동을 하겠다 하니 해줘야지 어쩌겠나.. 그나저나 학교 마치고 가야 하니 늦은 오후나 저녁쯤에라야 가능해진다. 차를 타야만 이동할 수 있는 이곳 인도네시아라 아이 혼자 보내기 그래서 나도 할 수 없이 일 년 치 헬스를 함께 등록했다.
근데 뭐든 하면 열의를 갖고 하는 나와는 달리 아이는 주 2회 P.T를 받는 게 전부였다. 이제 3주 차인데 저렇게 해선 근력이 생기다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인 내가 말해봤자 잔소리밖에 되지 않으니 P.T. 선생님을 팔았다.
아이 표정을 살펴가며 헬스 회원이 되면 줌바, 요가, TRX 그 외 여러 가지 수업에 참여할 수 있으니 시간 되는 대로 그런 거라도 해보자고 권해봤다. 아이는 프로그램 편성표를 살펴보더니 오늘 아침 줌바 수업을 해보겠단다.
아침 7시 수업이라 아이가 일어날까 걱정되었지만 미리 약속을 했던 터라 시간이 되니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서둘러 차를 타고 줌바 수업을 향해 달렸다. 아이고 어렵게 맘먹은 수업, 시간 안에 가야 되는데 이미 휴대폰 화면의 숫자는 <07:05> 5분이나 늦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아직 시작전이다. 7분 넘어 8분쯤 되니 정열하고 슬슬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예전 <코이안타임>처럼 늘 조금씩 늦게 시작하는 습관이 있는 듯하다.
줌바 선생님은 의외로 조금 통통한 여자다. 가슴 쪽까지 옷을 올려 묶어 놨기에 뱃살이 통통하게 옷 사이로 뽀올록 삐져나와있다.
아이는 집에서 K-Pop 댄스도 종종 해서 동작은 잘 따라 하는 편이었지만 힘이 넘치는 선생님의 모습에는 미치지 못했다. 나도 최선을 다해 잘 휘지도 않는 통나무 같은 몸을 최선을 다해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하지만 동작을 수차례 반복해도 도무지 익혀지지는 않는다.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가 힘든지 쌕쌕거리며 내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엄마! 저 쌤 배 가짜일 거야. 저렇게 몸을 흔들어 대는데 저렇게 나올 수가 없어. 저건 틀림없이 가짜 배야!!"
헥헥헥 거리며 눈을 희번덕인다.
정말이지 줌바 선생님의 동작은 내가 여태 봐온 어떤 누구보다 파워가 넘쳤다. 저런 동작을 하는 사람이 배가 나온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긴 하다.
다시 기차화통을 삶아 드신듯한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우리는 몸을 또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해내야 한다.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중도포기란 없다. 헥.헥.헥... 파워 없이 문어 같은 동작으로 가까스로 따라 해도 땀이 온몸을 적신다.
마침내 줌바시간은 끝났고 우린 결론 내렸다.
"저 쌤, 삐져나온 배도 확실히 다 근육이야!!"
*사진 :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