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이틀째 혼이 쏙 빠졌다
내 기억은 안전한가..
어제 작은 아이 학교가 개학을 했다. 한국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도시락을 싸가야 한다.
월요일 일정은 오케스트라가 있어 바이올린을 챙겨가야 하니 도시락 챙겨가기 짐 된다고 간단히 삼각김밥으로 하자 서로 합의했다.
첫날부터 삼각김밥을 시간에 맞게 잘 챙기려 부산을 떨었다.
엄마경력 20년이 넘었지만 부엌살림 솜씨는 왜 이다지도 늘지 않는 건지.. 늘 허둥거리는 내 모습에 매번 실망한다.
아이를 보내놓고 청소를 하노라니 삼각김밥이 고스란히 아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에고.. 이미 늦었기에 와서라도 먹게 그냥 그대로 두었다.
이틀째..
오늘은 정상적인 도시락을 싸는 첫날이다.
건강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평소 해주지 않는 스팸을 구웠다. 도시락을 꺼내서 달걀에 돌돌 말아진 스팸을 담고 잡곡밥도 담았다. 이제 뚜껑을 덮어야 되는데 뚜껑이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아침시간은 어찌 된 건지 일분이 일초 같다.
거실을 뒤져도 내가 다닌 동선을 여기저기 쫓아다녀봐도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내가 뚜껑이 덮인 도시락통을 꺼내온 건지 아니면 뚜껑없이 도시락통만 꺼내온 건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제 아이가 등교해야 할 시간의 마지노선이 되어간다.
아.. 머리가 복잡하고 정신이 혼미하다. 뒤죽박죽인 나 자신이 너무 싫어진다. 여기저기 급히 뒤지다 물건들이 쏟아지고 난리도 아니다.
결국 뚜껑에 문제가 있는 여벌 도시락 뚜껑으로 급히 닫고 지퍼팩으로 한 번 더 싼다. 여벌뚜껑은 잠금 부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불안정한 도시락을 안고 학교로 떠난 아이를 뒤로 정신을 가다듬고 집이나 치워야겠다 싶다.
쿠쿠압력밥솥 주변부터 치우려고 걸레를 들었다.
아뿔싸..
도시락통 뚜껑이 바로 거기 얌전히 앉아 옆에 있는 자신을 발견 못하고 허둥대던 나를 비웃고 있다..
안 그래도 최근 김창옥강사님의 알츠하이머 의심 소식,
50부터 알츠하이머 증세로 조기 치료를 시작했으나 급악화되는 어떤 중년여성 이야기,
교사로 재직 중에 알츠하이머 증세가 보여 퇴직하고 치료 중이나 집 현관 비밀번호도 계속 잊는다는 어떤 중년여성의 이야기를 연속으로 보며 마음이 조금 심란하던 차였는데..
우기로 비가 자주 오고 여러 가지 변화된 주변 환경으로 몸과 마음이 좀 쳐지는 와중에 이렇게 도시락 뚜껑 분실 사건을 겪고 나니 진이 다 빠진다
<대문사진 출처 : 에코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