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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an 20. 2024

형제자매는 아군일까 적군일까?

문득 옛일이..

오래전 한국에서 영어과외를 할 때의 일이다.


과외를 하다 보면 형제자매가 종종 오는데 그 아이들에 얽힌 에피소드가 참 많다. 그중 하나만 풀어보려 한다.


먼저 중3인 언니가 영어를 배우러 왔다. 악력이 남다른, 그냥 남다른 정도가 아니라 학교전체에서 짱 먹을 만큼 대단한 힘을 가진 아이다. 하지만 통통한 몸에 애교도 많고 잘 웃는 여성성이 강한 아이다. 가끔 말 안 듣는 동생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동생이 엄청 깐죽대나 보다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중1인 동생이 왔다. 얘기를 많이 들어 익숙한 느낌이긴 했는데 예상과 달리 얼굴이 너무 이뻤다. 호리호리한 몸에 매력이 넘치는 아인데 언니와 달리 목소리와 글씨체는 남자다. 게다가 잘 웃지도 않는다. 남성성이 강한 아이다.


하루는 이 이쁘장한 동생이 나에게 인생상담을 한다.

"선생님, 우리 언니 힘 엄청 센 거 아시죠? 진짜 툭하면 때리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엄마한텐 허약한 몸을 위해 킥복식을 배우고 싶다 했어요. 언니를 꼭 이기고 말 거예요!"


마치 고해성사를 듣는 신부님이라도 된 듯 여기서의 내 역할은 그냥 귀를 빌려주는 게 최선이다.


그렇게 일 년 정도 흘렀나? 고1이 된 언니가 이야기한다.

"선생님,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동생이 하도 깐죽거리길래 한 대 때렸는데 이번엔 얘가 그냥 맞고만 있지 않고 반격을 해요. 근데 예전과 달리 물주먹이 아니에요.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언닌데 체면을 구기긴 싫고 너무 무섭긴 하고.. 그래서 얼른 한대치고 전력질주로 토켰어요. 진짜 무서웠어요."


이야기를 다 들은 난 장기 프로젝트를 드디어  이뤄낸 동생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디테일은 누설하지 않았다.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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