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걱정해 주는 말의 의도는 뭘까?
설날이 다가오니 걱정이다
우리 가족은 한국에 있는 대학을 다니는 큰 아이 외엔 모두 인도네시아에 산다. 그래서 명절을 지키질 못한다.
사실 결혼 전까진 큰 의미 없었던 명절이 결혼과 동시에 두통과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골치 아픈 행사로 바뀌게 되었다. 십수 년 동안 겪은 힘든 명절들로부터 자연스레 자유를 얻게 된 지금, 나는 너무 좋다.
하지만 큰 아이는 한국에 있어 혼자 할머니댁을 가야 한다. 가는 거야 뭐 큰 문제가 없는데 늘 따라붙는 질문들과 안 물어도 좋을 안부가 골칫거리로 다가온다.
아이는 이미 성인이 되어 부모와 꼭 함께 있어야 되는 나이는 아니지만 부모가 그립다고 언제든 올 수 있는 곳에 살지 않으니 더러 외로움을 느끼나 보다.
그런데 명절이면 한 사람당 한 질문씩 하며 은근 사람을 괴롭게 한다.
"엄마 아빠도 없이 혼자 와서 쓸쓸하지?"
"얼굴은 왜 또 이렇게 뭐가 났니?"(얼굴에 뭐가 나지 않길 가장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당연히 당사자일테다)
"대학졸업하면 취업은 어디로 하니? 원서는 어디 어디 내고 있니?"
"취업준비는 잘 돼가니?"
"왜 이렇게 살이 쪘니?"
"왜 이렇게 말랐니?" (같은 날 같은 몸상태를 보고도 질문의 방향은 보는 이는 관점에 따라 또 이렇게 극명하게 나뉘기도 한다)
급기야 아이는 명절에 혼자 할머니댁에 가는 게 싫다는 말을 한다. 아직 대학생 신분이라 용돈이 궁해 명절엔 한몫을 챙길 수 있어 좋기도 할 테다. 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을 향한 질문공세부터 고아처럼 대하는 말들이 너무 싫어 가기 꺼려진다고 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냥 안아주고 토닥거려 주며 아픈덴 없는지 힘든 부분에 대한 질문은 좀 줄이고 상처받지 않도록 좀 배려해 줄 수는 없는 건지..
동시에 나 자신의 모습도 돌아본다. 나는 상대방의 불편한 점을 걱정해 준답시고 긁어낸 적은 없는지. 상대방이 꺼리는 질문 공세를 한 적은 없는지. 내가 좀 더 살았다고 인생훈수를 둔 적은 없는지..
무관심보단 관심이 좋겠지만 지나친 관심은 상대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가능한 한 귀만 열고 듣는 자세로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명절이 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