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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n 18. 2022

사춘기 아이와 지내기

내가 많이 반항적인 아이였을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내가 집에서 소리를 지르고 엄마를 향해 버릇없는 말을 내뱉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들은 왜 모두 자기중심적이고 엄마의 희생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혹시 내가 기억 못 하는 나의 사춘기 시절이 있을까 궁금해 엄마께 여쭤본 적이 있다.

"엄마, 저도 어릴 때 엄마께 대들고 말 함부로 하고 그랬나요?"

"엄마는 살기 너무 바빠서 기억도 나지 않고, 적어도 너희들이 말 안 듣고 힘들게 해서 고민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매일매일 살아가기 너무 힘들어서.. 엄마 기억에 너희들은 그냥 스스로 알아서 자라준 거 같아.."

"근데, 우리 애들은 왜 저렇게 버릇없게 행동할까요? 타고난 기질이 그런 걸까요? 컴퓨터 같은 휴대폰과 여러 최신 장비들이 아이들을 망치는 걸까요? 아니면 제가 잘 못 키워서 그런 걸까요?"

"글쎄다.. 참.. 어렵다.."


하긴 내가 가진 생각으로 엄마 세대에 태어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엄마는 공부를 잘했지만 집에 돈이 없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결혼도 부모의 결정에 무조건 따랐고 부모를 향한 어떤 말대답도 반항도 없이 묵묵히 그냥 따랐다.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가 우리 엄마였더라면 어땠을까? 어떤 수를 써서라도 고등학교 진학도 하고 결혼도 부모 뜻에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엄마 시대에 지금 내 사고방식으로 행동했더라면 나는 그야말로 되바라진 버르장머리 없는 망나니 딸로 동네에 소문나지 않았을까? 그냥 <공부하고 싶어 하고 시키는 결혼을 안 했다>는 이유로..


지금 아이들은 그냥 자기 편한 대로 행동한다.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기 싫어하고 그냥 마냥 편한 걸 좋아한다. 아이를 둘 낳고 애들이 불편하면 해결해주려 최선을 다 한 게 그런 결과를 만든 걸까? 아이들은 내가 어떤 의견을 내세울라치면 모두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귀를 닫는다.


내가 어릴 때는 엄마가 밥을 해 주시면 어떤 반찬이라도 속으로야 불평을 했겠지만 엄마 앞에서 맛이 있다 없다, 고기반찬은 왜 없냐, 어제 먹은 국을 오늘 또 먹어야 하나 이런 불평은 하지 않았다. 그냥 미역국을 한 솥 끓여 놓으면 다음 날도 먹고 그다음 날도 먹었다. 우리 딸은 두 끼도 못 먹는다. 한 끼 먹고 나면 다른 음식을 찾는다. 그렇다고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다. 엄마니까 당연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스스로 한 끼를 해결하지도 못한다. 아니하지 않는다. 오늘은 하루 금식이다. 나도 하기 싫다.


내가 잘 못 키운 걸까?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아이로 키워 버렸다. 내가 이곳 인도네시아에서 산 지는 7년이고 집에 2시간가량 일을 도와주는 도우미는 썼지만 상주 도우미를 쓴 적은 없다. 주택에 살기 때문에 쓸고 닦고 위주로 잠시 돕고, 돌아가면 모든 부엌 일과 집안일은 나 혼자 다 해야 한다. 밥을 먹고 빈 그릇을 개수대에 옮기는 일도 싫어한다. 뭔가 너무 잘 못 되었다.


큰 아이도 자기 주변 정리가 꽝이다. 기껏 합리화한다는 게 자기 친구들도 모두 그렇단다. 자기 주변 관리를 못해서 몸이 상하면 본인만 고생하는 거지. 내가 아이를 위해서 고속버스 타고 다른 지방의 한의원을 찾아다니고, 좋다는 보조식품 다 먹이고, 잠도 설쳐가며 새벽에 일어나 긁지 못하게 약 발라주고 그렇게 관리해 준 10년이 넘는 그 모든 시간을 허사로 만들어 버린다. 모든 걸 예민한 아토피 피부로 태어나게 한 내 탓으로 돌려야 하나. 나도 이제 모르겠다. 내가 평생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해줄 수는 없지 않나.


예전 호주 선교사 가족을 보며 느낀 게 많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부부가 의논하고 부모 중 한 사람의 독단으로는 어느 하나도 처리하지 않았다. 다섯 살 아이가 신발을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새 신발이라도 정말 아이가 보는 앞에서 버렸다. 그리고 다시 주워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견뎌야 할 세상은 냉정하고 그걸 집에서 교육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밖에서 10분 놀기로 했으면 5초의 허용도 없다. 보기에 딱할 정도로 규칙대로 했고 아이들이 놀고 난 자리는 모두 깨끗이 치워질 때까지 나오지 못하게 했다. 갖고 싶은 것도 무조건 적으로 사주지 않았고 전자기기를 만질 수 있는 시간도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하루에 수십 번 하는 말이 "YES, MOM", "THANKS MOM"이었다. 너무 부러웠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엄마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세대라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주길 바랬고 그렇게 하려 애쎴는데 오히려 밥순이로 전락한 느낌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한지 외식을 해도 눈은 휴대폰에 꽂혀있다. 우리 집은 남편과 나의 육아방식이 너무 다르다. 아니 사실은 남편은 육아에 관심이 없다. 내가 아이들의 버릇없음에 대해 말하면 '애들이 다 그렇지 뭐'로 끝이다.


누가 '이렇게 하면 된다' 고 정답지라도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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