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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n 18. 2022

담벼락을 뚫고 나무가 자라나다

나는 관찰하기를 좋아한다. 아침 산책하는 길도 늘 같은 곳 같지만 늘 다르다. 하늘도 언제나 다르고 나무도 풀도 항상 다르다.

오늘은 벽을 뚫고 자라 버린 나무를 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아래 또 하나가 자라고 있다. 벽은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을 텐데 씨앗이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점점 자라나는 나무 때문에 벽은 갈라지고 부서져 가고 있었다. 집을 지키기 위해 세워진 단단한 벽이 나무의 공격(?)으로 점점 힘 없이 무너져 가는 모습이 애잔하다.



그나저나 시멘트 담벼락 속에 수분이 있을까? 요즘 거의 매일 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뿌리까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바닥에 흙도 충분히 많구만 굳이 저렇게 힘겨운 장소를 택했을까? 처음 자라기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뿌리로 버티는 생물이다 보니 늦게 눈치를 챘더라도 쉽게 옮겨 가진 못 했을 것이다.

앞으로 저 나무는 어떻게 될까? 집주인은 그냥 두고 보기만 할까 아니면 곧 잘라버릴까? 나무가 자라고 뿌리가 점점 커져 담벼락이 계속 망가진다면 그냥 보고만 있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어쩌다 인도네시아라는 곳에 와서 살고 있다. 계획된 이주는 아니었다. 살다 보니 이렇게 이곳에 당분간 뿌리를 내리고 이방인으로 비자를 해마다 연장해가며 살고 있다.

예전 유튜브에서 한국인 남편과 함께 사는 독일인 아내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녀는 어느 강원도 산 꼭대기에 시골집을 하나 사서 주말마다 가서 돌보고 장작으로 따뜻하게 달구어진 온돌에 몸을 지진다. 스위스의 산이 그리워 산중에 집을 마련했고 한국의 온돌이 좋아 땔감으로 장작을 팬다고 했다.

그녀가 말했다.
"한국인들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열심히 산다? 무엇을 위해서? 목표가 무얼까요? 삶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기에 무얼 보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걸까요?"

삶의 끝은.. 글쎄.. 그렇다고 마냥 즐기기만 하면서 사는 것도 답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메시지는 너무 목표 지향적인 삶만 추구하며 자신을 밀어붙이기만 하지는 말자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느끼고 감사하며 여유롭게 살아가자는 게 아닐까?

스스로의 의지 없이 어쩌다 태어나 어쩌다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는 게 가장 후회 없는 삶인지는 결코 풀지 못하는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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