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도네시아에 7년째 살고 있는 가정주부다.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주택에 산다.
아침 운동을 위해 대문을 나서니 대문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보며 '야옹'한다. 축 늘어난 젖꼭지들을 보니 새끼를 낳고 젖 먹이는 에미인 듯하다. 이 동네는 고양이가 아주 많은 편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비어있는 우리 옆집 현관 모퉁이에 새끼들을 숨겨 둔 그 아이 같다. 그때 새끼 고양이들이 궁금해 들어가서 확인해볼까 하다가 비어 있는 집 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의 집이라 그냥 포기한 적이 있다.
이 아이가 왜 우리 집 앞에서 불쌍한 목소리로 '야옹'거릴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옆집이 깨끗해진 게 청소하면서 새끼들 젖 먹이던 곳을 빼앗겼나 보다.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새끼들이 어디 있을 텐데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았다
문득 나를 경계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건지 어미 고양이는 젖을 늘어뜨린 채 새끼들이 있는 울타리 쪽으로 가더니 새끼들을 끌어안고 건들지 말라는 경고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보통 새끼를 뱄거나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에미 고양들은 아주 예민하다.
새끼들을 여기로 데려다 놨구나.. 잠시 갈등이 된다.
고양이의 성장은 너무나도 빠르고 몇 개월 안에 어른 고양이가 될 텐데 도와주기 시작하면 주변 다른 고양이들도 우리 집 주변으로 모두 몰려 올 테고 우리 집이 야옹이들 놀이터가 되겠지. 그리고 일 년이 되지 않아 또 임신할 테고 어른이 된 새끼 고양이들도 또 임신하고.. 한 번에 4,5마리의 새끼들을 또 낳겠지..
어쩌나.
사실 우리 집이 고양이 놀이터가 되는 건 두렵지 않다. 밤마다 싸우는 그 소란함이 무서울 뿐이다. 고양이는 영역을 아주 중요시하는 동물이고 예민해서 자주 싸움이 일어난다. 요즘도 밤에 지붕 위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혈투가 벌어진다. 주택에 살면서 고양이 싸움을 여러 번 목격했고 지붕에서의 전쟁은 그야말로 공포다.
인도네시아는 세를 주기 위해 만드는 집 천장은 태권도 격파에나 쓰이는 송판 같은 걸로 만들다 보니 더러 오래된 집에서는 집안으로 고양이가 추락하는 일도 생긴다. 덕분(?)에 자다 봉변당한 지인은 남은 계약금 다 포기해 버리고 아파트로 즉시 도주(?)했었다.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예전 살던 곳은 길고양이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번식 관련 관리도 해줬다. 먹이를 주는 사람 중 수의사가 있었는데 직접 불임 수술을 시켜주고 귀 끝에 살짝 표시도 해줬다. 내가 그러기엔 이 동네 물정도 잘 모르거니와 수술해줘야 할 고양이가 수십 마리가 넘는다.
고양이들은 그냥 두면 일 년에 두 번도 새끼를 낳는 것 같다. 한 번에 네, 다섯 마리를 낳으니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끌어안고 젖을 먹이는 고양이가 너무 안쓰럽다. 나도 아이를 낳고 젖을 먹여봤기에. 자기 배가 다 차야 젖이 나올 텐데 피곤한 몸을 흙바닥에 뉘어 새끼들을 위해 젖먹이는 모습이 애잔하다. 하지만 집을 만들어주고 보호해 준다면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진다. 머리가 복잡하다. 감당하기엔 사안이 너무 복잡하다. 이 아이들을 모두 끝까지 돌볼 자신이 없다. 불쌍하지만 애써 못 본 척하고 그냥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