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양이가 어부바해 줘요
이웃집이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느라 부산스럽다. 그 집 초2 아이가 일 년 남짓 내게 영어를 배워왔기도 했고, 좀 각별하기도 해서 내 일처럼 짐 싸는 것부터 돕는다.
역시 이사는 쉽지 않다.
컨테이너 이사도 아니고 그냥 비행기로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을 꾸려 가는 거라 짐은 많지 않았지만 무게도 재고 물건들 구분도 해야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짐 싸는 걸 돕다가 잠시 쉴 겸 4살 꼬맹이와 초2 아이들을 집밖으로 데려 나와 비눗방울 놀이를 한다.
어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양이 두 마리가 바로 눈앞에서 짝짓기를 한다. 수컷은 어디서 다친 건지 오른쪽 뒷다리가 무릎관절 부위까지 없다.
암수가 합의를 한 건지 노란 털의 암컷이 납작하게 엎드려있고 한쪽 뒷다리 장애가 있는 하얀 털에 까만 점박이 수컷이 암컷의 뒷목덜미를 물고 위로 올라탄다.
다리가 불편해 균형이 맞지 않아서 그런지 올라탄 수컷이 들썩들썩거리며 계속 버둥 거린다.
그 모습이 초2 아이의 눈에 들어가고 말았다.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 엄마 고양이인가 봐요. 자기 아기인지 어부바해 주네요. 엄마랑 크기도 같은데 아기를 업어주고 싶은가 봐요."
"어? 어.. 음.. 어.. 그러게.. 그런가.. 흠.."
달리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할 말을 잃어버려서 더듬거리기만 할 뿐이다.
난감한 상황이다. 이를 어쩐다..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담.. 하필 저 고양이는 다리까지 다쳐서 이 시점에 저러는 건지..
도무지 좋은 설명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양이짝짓기는 그냥 엄마 고양이의 어부바인 걸로 동의하고 말았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