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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n 21. 2022

우리 단지 카사노바 까망이

우리 단지에 흰 바탕에 까망 무늬 못생긴 고양이가 산다. 처음 이사 와서 봤을 때 저 까만 초라하게 생긴 고양이는 왜 허구한 날 울면서 돌아다니는지 의아했다. 저렇게 매일 같이 울면서 다니는 고양이는 여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을까 궁금해 아침 운동할 때 자세히 관찰해보기로 했다. 성질이 고약한 고양이는 아니었다. 평소 괜스레 우리 집에 찾아와서 성질부리는 누렁이를 혼내주 간혹 자기 털 색깔과 전혀 다른 아기 노랑이를 돌보는 모습도 본 적이 있기에 분명 <정의의 사자>쯤 되나 보다 생각하기도 했다.


더러 어찌 올라왔는지 우리 집 이층 방 끝 테두리에 약간 튀어나와 있는 난간 같은 곳에서 자고 가기도 했다. 처음 그곳에 있는 걸 발견했을 때도 울고 있어서 혹시 못 내려와서 그런 게 아닌가 구조 방법이라도 찾아야 하나 깊이 고심했었다. 하지만 역시 고양이는 스턴트맨이다. 설마 하는 곳까지 아무렇지 않게 잘 왕래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임신한 고양이들도 자주 보이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끼 고양이들도 많이 보이는데 새끼 고양이 무리에 꼭 한 마리씩은 털 색깔이 까맣다. 꼭 까망이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침마다 단지 내를 돌아서 고양이들을 거의 다 알고 있는데 저런 색깔의 고양이는 까망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까망이의 실체를 알았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울면서 돌아다닌다. 그런데 어느 차 앞에서 얼룩 무늬 고양이를 보더니 졸졸졸 따라다닌다. 평소 내가 가까이 가면 피하는데 막 어른이 된 듯한 얼룩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눈치만 본다.


아뿔싸 이 녀석이 우는 소리는 암컷을 찾는 소리였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씨를 뿌리고 자기 닮은 새끼들을 만들어 놓은 게 틀림없다. 저 녀석이 카사노바 일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한 시간 걷는 내내 관찰해보니 이 녀석이 젊은 얼룩이만 뒤 따르는 거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를 포착했다.

새끼들을 여기저기 만들어 놓기만 하고 책임도 지지 않을 거면서 또 다른 고양이들에게 치근대는 모습이 너무 가증스러워 <쿵. 쿵. 쿵> 발을 땅바닥에다 치며 방해를 했더니 <하악> 댄다.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하지만 아무리 동물이지만 저렇게 단지를 돌아다니며 카사노바 짓을 하는 까망이가 얄미워 나는 계속 방해했다.


해가 솟으니 단지 내 강아지 한 마리가 산책을 나왔다. 내가 하는 경고는 무시하고 내내 자기 본능에만 집중하더니 강아지가 마실 나오니 이제 드디어 해산이다. 사람처럼 일부일처제를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지금 이 순간도 암컷을 따라다니느라 바쁠 텐데 동물병원 데려가서 불임수술이라도 해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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