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ssy Jun 21. 2022

머리가 복잡한 날은 걷자

얼마 전 큰 아이가 보낸 사진을 본 순간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졌다. 원룸이라는 게 원래 통풍이 잘 되지 않는 건 익히 봐서 아는데 아이가 사는 집은 너무 습했다. 곰팡이도 너무 많고 아토피로 고생 중인 아이에게는 너무도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살려면 본인이 좀 더 부지런해야 하는데 아이는 너무 게으르다.


자기 피부가 지금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데 그 상태로 그냥 방치하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추운 날 가봤을 때도 그렇게 곰팡이가 생기는 집이라면 여름엔 더 심각할 거라 예상해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아이 피부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을 보니 집 상태는 보지 않아도 알만하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괜스레 그 불똥이 작은아이에게 튄다. 청소를 잘하지 않고 마치 자기가 소속사 사장이라도 된 듯 K 드라마와 K pop에 빠져 있는 작은 아이도 대학생이 되면 행여 자기 언니와 같이 그런 모습으로 될까 노파심에 자기 관리에 관한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평소 같았으면 잔소리 듣기 싫어 문을 '' 닫았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엄마와 부딪히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그냥 알겠다고 답하며 고분고분하다.


나도 피부가 좋지 않지만 몸에 저렇게 아토피가 심각하게 생긴 적은 없는데 아이들은 왜 저렇게 고생하는지 가슴이 너무 아프다.


얼마 전 영상으로 어떤 20대 아이가 혼자 사는 원룸의 상태를 뉴스를 통해 보여 주는 걸 봤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쓰레기집이었다. 주인이 월세도 밀리고 해서 찾아와 봤더니 집의 상태는 쓰레기 산이고 입주자는 이미 도주하고 없다. 그 집 부모를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아이가 원래 집에서 부모와 살 때도 자기 방문을 잠가놓고 잘 열어 주지도 않았단다. 아마도 대학생이 되자 홀로 독립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그렇게 홀로 쓰레기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고 지냈나 보다.


이 뉴스를 볼 때는 우리 아이는 저 지경은 아니니 다행이다 싶었고 제발 조금만 더 부지런하기만을 바랬다. 그런데 아이는 집안 청소에 너무 게으름을 피우는 데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아주 예민한 피부를 갖고 있다 보니 저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좀 더 나은 공간으로 옮겨야 할 것 같은데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어쩌면 좋을까..


결혼해서 첫 아이를 낳았을 때 맞벌이 부부라 아이가 돌잡이 되면 이제 급한 불을 꺼지겠지 싶었다. 돌이 되고 걸으니 더 불안한 일들이 많이 생겼다. 넘어지고 다치고 감기 걸리고 치아가 썩고.. 초등학교만 보내면 이제 안심해도 되겠지 했다. 초등학교 가니 이제 교우관계부터 학교생활 전반을 관리해야 하니 이건 뭐 또 다른 복잡한 문제들의 연속이다. 중학교 가면 알아서 하겠지 싶었다. 중학교 가니 이제 사춘기다. 반항을 한다. 엄마를 이기려 하고 대들고 감정 기복도 어찌나 심한지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가면 이제 좀 낫겠지 했더니 대학도 준비해야 하고 또 더 예민해지는 듯했다. 드디어 대학을 들어갔다. 취업이 잘되는 곳으로 지원한다며 공대를 지원해서 합격했다. 공대 공부가 쉽지 않을 줄 예상해서 말렸지만 이길 순 없었다. 그래도 합격해주니 너무 기뻤다. 막상 들어가 보니 정말 공부하기 힘들단다. 공부도 힘든데 홀로서기도 쉽지 않다. 그걸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또 복잡하다. 조금만 자기 절제를 해가며 살아가면 좀 더 나은 미래가 있을 텐데 그걸 못 한다. 나름 최선을 다 하는 중이라는데.. 언제쯤 자식에 대한 걱정이 사라질까.. 대학 때 배운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오른다.


아이의 너무 아픈 피부를 보니 머릿속이 온통 복잡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누가 시원하게 답을 좀 줬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단지 카사노바 까망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