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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l 02. 2022

지난 3월 우리 집이 번개를 맞다.

번개의 위력을 경험하다

어릴 적 언니로부터 동료직원이 집에서 데스크 탑을 쓰고 있는 번개가 내리쳐 컴퓨터가 폭파(?)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땐 어린 맘에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의아했다.  언니는 번개도 전기니 번개 칠 때는 전자제품 코드를 다 빼놔야 한다고 했다. 비가 많이 올 때 신호등 쪽이 물에 잠기면 근처로 가지 말라고도 했다. 물에도 전기가 통하니 감전될 수 있다고.


아이들이 아직 많이 어릴 때 괌에 가족여행을 갔다.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번개가 내리치니 안전요원들이 즉시 모든 사람들을 수영장 밖으로 안내한 후 다시 들어가지 못하도록 주변을 출입금지가 적힌 파란색 리본으로 둘러치던 모습도 떠오른다. 그 모습이 그 당시엔 사실 조금 오버한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걸 본 후론 작은 아이가 인도네시아 수영장에서 수영하는데 갑자기 번개가 내리 치 난 아이에게 어서 나오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인도네시아는 괌에서와는 사뭇 다르게 다들 크게 동요 없이 수영을 하고 코치도 그냥 수영 연습을 시다. 아이에게 행여 엄마가 없을 때라도 번개가 치면 즉시 수영장 밖으로 나가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제 인도네시아에 7년 정도 살고 보니 엄청난 천둥소리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무덤덤하게 되었다. 종종 정전되는 일이 일어나서 불편하긴 했지만 무섭거나 그렇진 않았다. 정말 지구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라도 괜찮았다.

 

그런데 지난 3월. 아이는 일층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있고, 나는 이층에 올라가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당시엔 우기라 하루 한 번씩은 꼭 비가 다.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다르게 번개도 자주 치고 더러 천둥도 마치 세상 만물이 다 깨질듯한 소리를 낸다. 비가 내리는 정도도 엄청나다.


비가 오니 주변이 어두워 낮시간임에도 불을 켜 두고 있었다. 갑자기 <쫘~악>하고 지구를 반으로 쪼개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가 난다. 이건 뭐 천둥소리가 아니라 그냥 번개 소리다. 번개는 번쩍이는 불인데 그 불이 엄청난 소리를 냈다. 그 끔찍한 소리와 동시에 내가 있는 침실의 켜져 있는 전등이 '번쩍' 하더니 '퍽' 소리와 함께 꺼지며 집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평소도 정전이 잘 되었고 또 곧 돌아오고 하는 일이 잦았지만 이번만은 느낌이 너무 달랐다.


집이 번개 맞았음에 틀림없다고 확신한 나는 일층으로 쫓아 내려가서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 집이 번개를 맞은 거 같다고. 중 2인 작은 아이는 아니란다. 늘 있었듯이 그냥 번개고 그냥 집 전체가 정전이 된 거란다. 대낮엔 보통 불을 켜지 않으니 다른 집도 정전이 되었는지 알아보기가 힘들다. 주변 다른 단지에 사는 몇몇 한국 이웃들카톡으로 물었다. 혹시 정전인지. 모두 아니란다.


경비실로 쫓아갔다. 우리 집이 정전이고 4~5시간 후면 어두워질 텐데 빨리 조치를 좀 취해 달라고 부탁했다. 인도네시아는 모든 게 많이 느리다. 경비가 일단은 알겠단다. 경비실 시스템에도 문제가 좀 생겼다고 했다. 우리 집이 번개를 맞았음에 틀림없다고 확신한 나는 집주인에게도 알렸으나 특별한 조치를 취해주진 않았다. 다시 경비실로 뛰어 갔다. 곧 PLN(전기회사)사람이 온단다.


PLN 직원이 확인해 본 결과 번개가 우리 집을 친 게 맞았다. 전등의 전선과 연결된 부분이 다 탔다. 그것도 네 개나.. 집에 보관하고 있던 새 전구를 주면서 바꿔 라고 부탁했다. 타버린 전등을 보니 윗부분이 쪼개 있고 필라맨트도 끊어져 있다. 갑자기 어릴 적 언니가 해 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컴퓨터가 다 타버렸다는.. 인도네시아에 산지 7년 만에 번개가 너무 무서워졌다. 전등만 갈아서는 되지도 않았다. 천정 쪽에 붙어있는 철로 되어 있는 커버도 탔다. 두 개를 또 바꿨다. 전등을 켜고 끄는 스위치도 고장 나서 움직이질 않았다. 그것도 교체했다.


밖을 나가보니 우리 옆 옆집 아저씨가 자동차를 잠시 차고가 아닌 대문 앞에 주차해뒀는데 자기 집 기와가 번개를 맞아 져 떨어지면서 자동차 뒤쪽의 유리를 뚫고 들어갔단다. 자동차 유리라 다 깨지긴 했지만 조각들이 길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았고 주먹만 한 크기의 구멍만 생겼다. 너무 무서웠다. 행여 지나가던 행인의 머리 위로 떨어졌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번개가 이렇게나 무서울 줄이야.. 한국은 피뢰침을 설치하는데 여긴 안 하냐고 물으니 자가는 할텐데 나머지는 의무는 아닌지 잘 모르겠단다. 경비실 차단기 시스템도 고장이 났는지 내려오지도 않는다. 이젠 번개가 번쩍하면 너무 무섭다. 어떤 사람이 번개를 몇 번이나 맞고도 살아있다는 해외토픽을 볼 때는 그냥 웃고 넘어갔는데 이게 내 일이 되니 정말이지 섬뜩하기까지 하다.

앞으로 번개가 치면 전기코드를 모두 빼놓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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