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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l 10. 2022

200원의 행복

인도네시아는 길에서 닭튀김 파는 가판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모두 사방이 투명한 플라스틱 같은 것으로 된 사각 박스에 보관하는 데도 아주 바삭거린다. 맛도 KFC 닭튀김과 거의 비슷하다. <끄루뿍>이라고 하는 바삭거리는 과자 같은 것도 많이 파는데 처음 이주해서 나시고랭( 많은 양의 기름에 볶는 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을 주문했다가 과자가 함께 나와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너무 궁금해서 현지인 친구에게 물으니 과자가 아니란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바삭거리는 식감을 좋아해서 식사 때 크리스피 한 끄루뿍은 필수라나.. 지금은 나도 식사에 함께 나온 알새우칩 같은 끄루뿍을 밥과 함께 잘 먹는다. 하지만 이 바삭거림에는 의심의 여지가 많아 조금은 조심스럽기도 하다. 튀길 때 바삭함을 위해 그 기름 속에 비닐을 함께 넣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달리 좀 심심한 나라다. 그래서 근처 어디라도 다녀오려고 살라띠가로 향했다. 늘 더운 인도네시아에서 시원한 곳을 찾아가는 건 불문율이리라. 산에 위치한 살라띠가는 시원하다.


중2병 걸린 딸과 우리 셋은 살라띠가 산길을 오른다. 물론 차로. 가다가 배가 고파 어디 밥 먹을 만한 곳이 없을까 싶어 찾아보다 길거리 가판대에서 파는 닭튀김을 발견했다. 할아버지가 팔고 있다.


한국에서부터 길거리 음식이라면 불량스럽다고 최대한 피해왔지만 이제 나도 조금 현지화되었는지 사 먹어 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일단 맛을 보장할 수 없으니 네 조각만 달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한 조각에 7000 루피아(700원)이라고 했다.


네 조각을 샀으니 28000루피아(2800원) 내야 하는데 잔돈이 없어 그냥 30000루피아(3000원)를 드리고 잔돈은 필요 없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고 차를 움직였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바쁘게 뭘 찾는가 싶더니 2000루피아(200원)를 기어코 찾아서 뛰어오는 거다.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차를 멈추고 다시 잔돈은 필요 없으니 그냥 두시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한사코 돌려주려 하셨다. 달리 어쩔 도리가 없던 우리는 꼬깃꼬깃한 그 돈은 받았다.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면 외국인은 돈이 많다는 기본 생각을 갖고 있어 바가지를 쓰기 일쑤다. 크게는 집 계약부터 작게는 야자열매를 살 때도 그렇다. 심지어 고구마를 살 때도 이미 무게를 잰 고구마를 뒤로 빼버리는 얌체 같은 짓을 한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잔돈을 그냥 가지라고 하는데도 행여 우리 차가 떠날까 봐 헐레벌떡 뛰어와서 200원에 해당하는 돈은 돌려주고 간 거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이 작은 행동이 나의 답답한 인도네시아 생활에 다시금 활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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