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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l 10. 2022

지붕 위로 떨어지는 망고 소리가 천둥 같다

처음 인도네시아로 이주했을 때 적응해야 할 것들이 한 둘 아니었다. 다양한 종류의 벌레들, 종종 발생하는 정전, 밤마다 전쟁처럼 싸워대는 고양이들, 무서운 천둥소리, 나라 전체를 쓸어 버릴 듯한 폭우, 게다가 우리 집 쪽으로 뻗어있는 거대 망고나무에서 떨어지며 내는 지붕 깨질듯한 소리까지..


밤이 되어 주변이 깜깜해지고 갑자기 지붕 위에서 '쿵, 쿠르르릉 쿵'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땐 원인을 몰라 너무 무서웠다. 지붕 위로 도둑이 뚫고 들어오기도 한다는 소리를 이미 들은 터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날 아침 도우미 아줌마가 오셔서 지붕에서 뭔가 무거운 게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고 하니 바로 올라가서 확인하고 뭔가를 손에 들고 내려왔는데 처음 보는 망고다. 사실은 아줌마가 망고라고 해서 알았지 그냥 엄청 커다랗고(멜론 크기 정도 되는) 동그란 돌덩이 같은 과일이라고 보기 이상할 정도의 것이었다.

아직 뒷집에서 우리 집 지붕으로 넘어온 망고가 많다고 해서(뒷집은 비어 있었다) 지붕이 상하지 않게 사람을 사서 넘어온 가지를 모두 자르게 했더니 거대 망고를 여섯 개도 넘게 가져왔다. 나는 먹는 방법도 모르고 그냥 성가시기만 했던 터라 모두 가져가라고 했다. 아줌마는 좋아서 싱글벙글하며 모두 챙겨갔다.


그러고 다시 한 해가 지나고 망고가 또 열렸는지 지붕 위에서 다시 천둥 같은 과일 떨어져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떨어지는 거대 과일의 충격으로 행여 지붕이 부서질까 또다시 사람을 불렀다. 다시 한 아름의 망고가 옥상에서 내려왔다. 이번에도 도우미 아줌마 모두 가져가시라고 했다.


작년 아줌마와 달리 이 분은 이 맛있는 망고를 맛도 안 보고 다 주냐고 오히려 나를 타박했다. 세 개라도 두고 익혀서 맛을 꼭 보라고 고집하셨다. 강력한 요청에 못 이겨 그러마 하고 감자, 양파를 두는 소쿠리에 올려 두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만져보니 좀 말랑해졌다. 이쯤 되면 익었겠지 싶어 맛이 궁금해 칼로 잘라먹어봤다. 너무 달았다. 이런 걸 작년엔 먹어보지도 않고 다 줘버렸구나 싶은 게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크기도 얼마나 큰지 하나만 잘라도  혼자 다 먹기 힘들 정도로 과육도 많았다. 새로 오신 아줌마 아니었으면 이런 걸 맛이나 봤을까 싶어 너무 고마웠다.


지금은 스마랑으로 이사해서 그런 위험(지붕을 충분히 부숴버릴 수 있을 무게와 크기라) 달콤한 망고를 먹어볼 기회가 없어졌지만 잊을 수 없는 그 맛이 가끔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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