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ssy Jul 20. 2022

다운증후군 반 친구

그녀의 외로운 마지막 길

어릴 적 이웃에 다운증후군 친구가 있었다. 나와 동갑내기여서 중학교 때 같은 반을 한 적이 한 번 있다. 그 친구는 키가 아주 작고 통통했고 뽀얀 피부를 갖고 있었다. 등. 하굣길은 늘 엄마와 함께였다.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친구에게 몇몇 선생님들이 친구들 앞에서 주현미의 <밤 비 내리는 영동교>를 부르게 시켰고 친구도 트로트 풍으로 멋들어지게 불렀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친구를 놀린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다행히도 친구는 선생님께 지목되어 친구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듯 보였다.


반에 목사님 딸이 있었는데 하루는 선생님께서 다운증후군 친구를 위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게 시켰고 그녀는 그렇게 진지하게 기도했다.


물론 반에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친구를 놀린다거나 왕따를 시키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곁에서 그녀와 다정한 친구가 되어 주려는 아이도 없었다. 물론 나도 그중 한 명에 속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집 가족도 아는데 좀 챙겨줬어야 마땅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 친구는 성인이 되면서 여느 일반인들처럼 몸의 변화가 찾아왔고 안전하지 않은 집 밖으로 나가려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던 친구는 엄마가 나가 돈을 벌어야 했다. 아줌마가 안 계신동안 친구가 혼자 나가서 사고라도 당하면 안 되니까 친구의 엄마는 문을 밖에서만 열수 있게 해 두고 일하러 나가셨다.


정신 연령이 초 1 이하였던 친구는 아파트에 혼자 있으면서 촛불을 켜고 놀았나 보다. 그러다 탈이 나고 말았다. 집에 불이 난 거다. 안에서 열고 나가지 못하게 해 두었던 탓에 친구는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었고 그대로 집과 함께 작별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내 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엄마 가슴은 찢어지는데 내가 잠가놓고 간 집에서 불이 났는데 문도 열지 못하고 떠나버린 딸아이를 보는 그 마음은 감히 형용할 수도 없으리라.


다시는 그 집을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 아파트 근처를 가는 것도 두려웠으리라.


그때는 무심히 지나갔던 일들이 요즘처럼 다운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가진 아이들 소재로 드라마가 나오고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금 나에게 그때의 일들이 무겁게 다가온다.




작가의 이전글 우영우 신드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