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발달장애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갑자기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자폐를 앓던 아이 하나가 생각난다.
예전 내가 갓 결혼해서 임신 7개월쯤 됐을 때 언니 시댁 전체 사촌들 모임이 있었는데 형부가 그냥 바닷가 놀러 가는 거니까 남편과 함께 오라고 해서 눈치 없이 따라 간 적이 있다.
사람들이 제법 많았고 낯가림이 없고 성격 좋은 남편은 자기 식구들인 듯 만나자마자 잘 어울려 놀았다. 그때 형부의 또 다른 사촌 가족 네 명이 도착했고 숙소로 들어왔다. 그때 문제가 발생했다.
그 집은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는데 아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갑자기 엄청나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당시 남자아이의 나이는 17살 정도로 보였고 덩치도 아주 큰 편이었다.
갑자기 일어난 소동에 상황판단이 서지 않았다. 얼떨떨해 있던 우리를 뒤로 하고 그 가족은 바로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 쪽으로 나갔다.
언니가 우리 쪽으로 와서는 조용히 자폐를 앓고 있는 아이라고 했다. 처음 본 사람들이 있어 놀란 거고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우리를 안심시켜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자폐 특성을 이해했더라면 우리가 끼지 말았어야 했다.)
분위기도 전환시킬 겸 우리도 바닷가로 나갔다. 해변을 거닐다 먼저 나간 가족이 보였다. 그 네 명의 가족은 해변에서 서로 손에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아이를 진정시키는 가족만의 방법인 듯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 가족은 많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중이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저렇게 네 명이 손잡고 동그랗게 서서 눈감고 기도 하는 모습이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정말 인상적이었나 보다.
그리고 그 아이는 진정이 되었는지 노래를 불렀다. 어느 유명한 테너의 목소리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마음을 울리는 노래였다. 정말 대단한 성악 실력을 갖고 있었다.
언니에게 그 아이 안부를 물었다.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곳에서는 두려움에 떨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