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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ul 21. 2022

여자가 담배를 피면?

선입견

나는 여자다. 그리고 곧 50을 바라보는 중년이다. 대학교 다닐 때 영어 토론시간에 남녀 관련 주제가 나오면 세상 여자를 대변해야 하는 사명감이라도 가진 듯 남자들 앞에서 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토론에 임했다. 페미니스트 기질이 다분히 있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담배. 술 따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남자가 주당이거나 골초면 아무리 착해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찌 말술 씨와 짝이 되어 22년째 살고 있다. 사람의 인연은 정말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8년째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골초다. 아무리 가난해도 담배는 사서 피우는듯하다. 식당을 가면 금연석이 거의 따로 없어 근처 테이블에서 담배연기가 넘어오면 너무 화가 난다.


얼마 전 <살라띠가>라 하는 산에 캠핑을 갔다. 이번 여름방학 들어 세 번째 가는 캠핑이다. 텐트가 다 차서 그런지 바로 옆 텐트와 겨우 3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그 텐트는 유버인지 카메라와 마이크도 가져와서 돌아다니며 촬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카메라를 끄면 담배를 피기 시작한다. 남자 둘, 여자 둘 네명이 한 텐트에 들어가는 것도 딸아이 보기 민망하구만 넷다 골초다. 그중 한 명은 무슬림 상징인 히잡도 쓰고 있다. 그래도 내내 줄담배를 핀다.


남자의 담배연기도 거슬리지만 이상하게 여자 둘이 피어대는 그 담배연기는 너무 거슬리고 질 나쁜 여자들 같아 인사는커녕 눈도 마주치기 싫다. 그리고 갑자기 이런 내 마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가만히 나 자신을 돌아본다. '왜 여자가 피는 담배는 더 거슬릴까?담배 피우는데 남. 녀를 왜 구분해? 그냥 남자 사람 여자 사람이 피는 건데?' 갑자기 나의 그 거부감이 어디서 온 건지 원인을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남자가 피는 건 우리에게 연기가 싫은 거지 핀다는 그 사실은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데 여자가 피는 건 왜 그 사실 자체가 거슬리는 걸까? 그것도 자신이 가진 종교를 드러내는 옷을 입고 피는 여자의 모습은 왜 더 거슬릴까?"

"글쎄.. 일단 여자는 아이를 직접 낳아야 하는 몸이라 그런가? 그리고 종교를 보여주는 옷을 입은 사람에게선 더  정갈해야 한다는 기대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잘 모르겠네.."


인도네시아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아주 많이 보아 왔지만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히잡을 쓴 젊은 여자가 담배를 물고 있으니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 건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돌아가신 친할머니도 담배를 피우셨다. 곰방대에 담배가루를 채워 화로에 불을 댕겨 뻐끔뻐끔 피셨다. 그 모습을 보며 할머니가 질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시골 할머니께 갈 때면 늘 담배가루를 사가는 심부름을 했다.


할머니가 피는 긴 곰방대 담배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왜 유독 여자가 담배를 피면 불량해 보이는 걸까? 나만의 선입견인가? 나도 <여자는 이래야 해>라는 강한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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