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ssy Jul 24. 2022

올케언니의 조울증이 다시 심해지다

정영 조울증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건가

올케언니가 조울증이다. 약으로 치료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훨씬 넘어간다.


언니를 처음 만난 20여 년 전에도 말이 빠르고 지기를 싫어하고 쉽게 상처받는 성격이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렇게 약을 의존해야만 하는 정도 인지는 몰랐다.


세 아이의 엄마이고 한식. 양식 조리사 자격을 갖추고 있기에 공립 어린이집에서 일을 한다. 그나마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올케언니는 모든 에너지를 일에만 쏟아붓고 오는 모양이다(사실 직장에서의 생활도 어떤지 궁금하긴 하다. 정상적으로 잘하고 있는지).


올케언니는 나보다 세 살 정도 더 많지만 늘 시어머니와 나에게 의존했고 아기처럼 행동하니 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나는 힘들었다. 그러고 보면 우영우를 돌보는 이준호 씨의 순수한 사랑도 현실에 대입하면 쉽지만은 않으리라.


언니의 결혼생활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작은 올케언니가 들어오는 때를 기점으로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작은올케언니는 심성도 착하고 어른스러웠으며 이해심도 있어 엄마는 물론 나도 너무 좋았다.


늘 우리 곁에 살면서 의존만 하던 큰 올케언니는 많이 불안했으리라. 시댁에 와도 밥만 얻어먹고 가고 눈치 하나 볼 것 없이 집으로 돌아가면 설거지는 오롯이 내 몫으로 남아 있었는데 작은 올케언니와는 분담도 되고 어른스럽게 처신해주니 오히려 엄마나 내가 기댈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올케언니가 결혼 할 무렵부터 이상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말을 더 조절 못하고 흥분했으며 하지 않아도 될 얘기들을 모르는 이들 상대로 쏟아놓는다. 게다가 집에 있는 모든 통장을 목사님께 헌금이라며 드렸다. 다행히 그건 목사님께서 돌려주셨고, 그때 이상행동으로 보인다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하셨다.


하지만 '시'자 붙은 우리가 언니를 병원에 데려갈 수는 없어 친정언니에게 부탁해 정신과 상담을 추진했고 최종 조울증 진단과 함께 약을 처방받아왔다.


처방받아온 약을 처음 먹던 날 언니는 의사의 말대로 심각한 두통을 호소했고 내내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십수 년. 중간이 없다. 그야 말로 조증과 우울증의 반복이다.


지금은 조증 상태인데 하루 2시간을 겨우 잔다고 한다. 모든 서랍을 열어 속 내용들을 다 쏟아내고 정리한다고 잠도 자지 않는단다. 나와 장거리 학습을 하는 중인 막내 조카가 카톡을 보내왔다. 엄마가 잠을 자지도 않고 먹는 걸 너무 정신없이 입안에 욱여 넣고 우걱우걱 씹고 삼켜버리니 집안 식구들이 아주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마음이 좋지 않다. 예전 자폐를 앓고 있던 아이의 가족이  동그랗게 손을 잡고 해변에 서서 기도하던 모습이 떠올라 기도 내용을 보내주며 엄마 손을 잡고 기도해볼 것을 권했다. 중1 조카는 그렇게 해보겠다고 했다.


이렇게 멀리서 이야기만 들어도 답답하고 한숨이 절로 나는데 가족은 매일 같이 그 고통을 함께 해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까?


정영 조. 울의 커다란 곡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 때론 약이 도움이 되긴 한 건지 의심스러운 마음도 든다. 잠을 못 자고 있을 땐 다시 진정제와 수면제 종류를 추가하고 또 하루 종일 잠만 자면 들뜨게 하는 약을 추가하고.


올케언니의 큰오빠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은 후로 더 불안증이 심해진듯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 막막하다.

작가의 이전글 쓰레기 보관소에 말벌이 집을 매달아 놓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