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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Aug 06. 2022

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낫지 않는다

나는 타고난 곰탱이다. 아파도 참고 그냥 버티는 편이다. 학교를, 회사를, 어학원을 단 하루도 무단결석, 결근해본 적이 없다. 아파도 그냥 버틴다.


연고 쓰는 것도 싫어하고 자연 치유되는 걸 믿는 편이다. 십수 년 전 무릎에 말썽이 생겼을 때도 버티다 죽을 것 같은 통증을 견디다 못해 남편 등에 업혀 병원으로 갔던 적이 있다.


얼마 전 맨발에 싸구려 슬리퍼를 신고 잠시 새벽 산책을 했다. 아이 학교가 개학을 해서 도시락도 싸야 하다 보니 새벽 걷기는 포기한 상태라 그냥 잠시 시원한 바람이나 쐬려 슬리퍼를 신은 건데 그게 말썽을 일으킨 거다.


오른쪽 엄지발가락 윗부분이 슬리퍼에 슬켰는지 발갛게 됐다. 따가웠지만 그러다 낫겠지 싶어 일주일을 그냥 방치했더니 염증이 생겨버렸다. 샤워하기도 불편하고 점점 염증 부위는 커져갔다. 미련 곰탱이가 따로 없다.


이러다 정말 큰일이 나겠다 싶어 연고를 찾았다. 상처에 바를 만한 연고가 하나 있어 발라보았다. 바르며 엄지발가락을 자세히 살펴보니 제법 상처가 깊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자연치유가 더 이상 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처음 상처가 생겼을 때부터 상태가 많이 나빴던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루 정도만 바르면 나을 줄 알았는데 일주일을 계속 발라야 했다. <상처>는 이제 딱지가 앉았고 더 이상 염증이 나오지 않았다.


엄지발가락에 생긴 영광(?)의 자국을 보며 많은 생각이 났다. 나는 너무 매사에 참는 버릇이 있어 속으로 많이 곪아 왔겠구나 싶다. 외부로 드러난 상처는 이렇게 눈에 곪아가는 모습이 보이니 늦게라도 약을 발라 달래주는데 속에 난 상처는 순간순간 나를 괴롭힌다. 


한번 대들어 보지도 못하고 바보같이 당하기만 했던 과거의 내 모습이 안쓰럽다. 이제라도 참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은 척하다가는 이렇게 속으로 곪아가기만 한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아픔은 애써 외면할게 아니라 치유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발가락의 상처를 보며 절실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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