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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Aug 10. 2022

도우미 아줌마 에카

인도네시아는 빈부격차가 너무 크다. 한 달 월급 15만 원으로 사는 사람부터(인력거를 몰며 끼니만 겨우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비싼 차를 해마다 바꾸고 자동차를 장난감처럼 수집하는 사람도 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특성상 부인들은 옷장에 화려한 드레스로 가득 채워둔다. 백 벌도 넘는 드레스들이 있음에도 새로운 디자인을 구매해서  지인의 다음 생일파티 의상을 준비한다. 화교들이 대부분 그러하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에겐 아주 인색한 편이다.


우리 집은 하루 두 시간 정도씩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줌마가 온다. 날이 너무 더운 데다 일반주택에 살다 보니 매일같이 일이 많은데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


에카 아줌마와의 인연은 넉 달 정도 한국 방문차 들어간 지인의 노견을 산책시키며 시작되었다. 에카도 일하던 집 개를 산책시키며 월급을 받고 있던 터였다. 성격이 어찌나 활발한지 처음 본 나를 오랜 친구 대하듯 했고 내가 산책시키는 노견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에카는 8살짜리 개를(인도 사람이 키우는 개인데 주인과 같이 채식만 한다. 하지만 어찌나 건강한지 8개월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아침마다 산책시키고 집안일을 두어 시간 정도 하고 퇴근한다고 했다.


마침 도우미가 필요했던 나는 우리 집도 해줄 수 있는지 물었고 인도 집 일을 마치고 오후쯤 해도 되면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받았고 다음날부터 에카가 오기 시작했다.


에카는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곧 인도 집 직업과 그 집 상황까지 알게 된 나는 걱정이 앞섰다. 우리 집 이야기 어디 나가서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미리 말해두었다. 첫날부터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이야기보따리가 한가득 풀어졌다.


에카는 일본 식료품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했던 부유하지 않은 평범한 여자였다. 그러다 가구사업을 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는데 당시 에카는 20대 남편은 30대였다. 둘의 나이 차이는 열 살가량 난다. 오토바이도 한대 없었던 그녀는 차를 두 대나 갖고 있는 사업가가 친절하기까지 하니 나이 차이가 좀 났지만 좋았단다.


결혼하고 4년 정도 부잣집 부인으로 신분 상승된 에카는 더없이 행복했고 큰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해외 여러 나라 거래처에서 선물들이 보내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달러의 폭등과 가구산업의 불황으로 갑자기 그 큰 사업체가 집안 물건 전체에 빨간딱지가 붙여지는 것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의 빚은 아직도 탕감하는 중이라고 했다.


다가 첫아이는 임신 중 고양이로 인해 감염되는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어 발달장애아로 태어난걸 후에 알게 되었단다.


10남매의 막내아들이었던 에카 남편은 충격이 너무 커서 우울증이 왔는지 그 후 십 년을 무직으로 12살 정도 되는 아들 사무엘을 돌보며 전업주부로 생활중이라고 했다.


에카는 그동안 남편 덕에 잠시 동안이라도 상류층 생활을 누려봤으니 이제 자기가 열심히 일해서 집을 다시 일으키면 된다고 했다. 늘 그렇듯 밝고 큰 목소리로 말하지만 그 속에 어찌 원망이 없을 수 있으랴.


새벽부터 밤까지 돈 되는 일이라면 뭐라도 하려 한다. 나는 집에 있는 학용품, 옷가지, 아이용 영어책, 신발 등등 한 보따리 챙겨 줬다. 어릴 적 간경화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놓은 빚을 끌어안고 동분서주하던 30대의 울 엄마를 돕는 마음으로.


에카는 가톨릭인데 감사함을 입에 달고 다닌다. 에카는 그녀에 비해 가진 게 너무 많은 나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준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구나. <감사>를 찾으려면 지금 숨을 쉬는 이 작은 호흡부터 걸을 수 있음과 먹을 끼니 걱정을 하지 않음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까지 너무도 많아 세기도 힘든데 무슨 불평이 그리 많았는지...


<The Present>책의 제목처럼 지금 현재 이 순간이 내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임을 잊지 않고 감사함이 넘치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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