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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Aug 15. 2022

밥 먹고 설거지하다 엄마 생각

밥 준비도 힘든데 다들 먹고 나면 각자 하던 일 계속하거나 잔다. 나도 그러고 싶다. 누군가가 대신해준다면 너무 좋겠다. 좀 전에 설거지 한가득 했는데 저녁 먹고 나니 또다시 한가득이다.


나도 결혼하기 전까진 집안일 안 했다. 요즘 집안일하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어린 자식을 네 명이나 데리고 싱글맘이 된 엄마는 일하랴 집안일하랴 하루 24시간을 도대체 어떻게 쪼개서 써오셨던 걸까..


엄마는 남들이 곤로를 샀을 때 여전히 연탄불을 쓰셨고, 남들이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서야 곤로를 사셨다. 남들이 탈수기를 쓸 때 큰 대야에 가득한 빨래를 맨손으로 흰 비누와 빨래방망이를 이용해서 빨아야 하셨고 두 손으로 비틀어 짜서 물기를 제거한 후 빨랫줄에 널어야 하셨다. 그 와중에도 이웃에 자취하는 아가씨의 빨래를 도와주는 모습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당신 딸 같았을까? 첫아이 출산 후 왼쪽 손목이 아프기 시작한 나는 손빨래는 상상도 하기 싫다.


자식이 넷이나 되다 보니 초등 저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있었는데 첫딸인 언니는 도시락을 두 개나 싸야 했다. 결혼한 후에도 내가 한국에 살 때는 급식을 하니 <도시락>에 무감각했는데 인도네시아에 와보니 도시락 싸는 것도 보통일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낀다. 물론 학교 내 먹을걸 살 수 있는 매점은 있지만 급식과는 다르니 힘들어도 웬만하면 직접 싸준다. 이 마음이 모성애인가 보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의 도시락을 싸면서 뒤늦게 엄마의 고생을 다시 한번 체감한다.


그 시절 엄마는 그 힘들 일들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받아들였기>에 불평 없이 해낼 수 있었던 걸까? 내게 당시의 엄마 삶을 단순히 체험만 해보라 해도 손사래를 치고 싶다. 그리고 결혼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왜 하지 않았는지 후회된다. 엄마도 하기 싫으셨을 텐데 왜 불평을 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하다. 어차피 결혼하면 해야 되니 그냥 묵묵히 혼자 해내신 걸까..


이제 팔순이 되신 엄마를 보면 죄송하기만 하다. 수술하신 양쪽 무릎은 모두 회복되셨는지 모르겠다. 아직 조심하셔야 할 텐데.. 요즘 지인의 수해 관련 피해부터 매일 같이 부지런히 기도를 하고 계신단다. 기도를 하면 마음에 평안이 오고 감사가 넘치신단다.


남은 여생은 편안히 건강히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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