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ssy Aug 17. 2022

벌써 우기가 되려는지 3일 연속 비가 온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달리 사계절이 없고 우기와 건기로 나뉜다. 지금은 건기다. 전에 살던 동네와는 달리 여기는 집집마다 개인 물탱크가 옥상에 구비되어 있다. 한 방울 내리지 않고 내리쬐는 뙤약볕 탓에 데워진 물탱크는 자동 온수기를 만든다. 론 우기 때 수돗물은 아주 차갑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물탱크 위치를 몰랐던 나는 수도를 틀자마자 뜨거운 물이 나오길래 이 동네는 한국처럼 보일러 시스템도 되어 있나 싶었다. 같은 인도네시아인데 수도인 자카르타와 중부자와인 이곳이 이렇게나 다를 줄 예상을 못했던 터였다. 하긴 인구 일억도 안 되는 한국도 지방색이 있는데, 3억 가까이 되는 나라이고 이동은 비행기로 해야 할 만큼 큰 나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우기가 되면 비 탓에 기온은 내려가지만 습도가 높으니 조금만 움직여도 덥기는 건기 때나 큰 차이가 없다. 우기가 좋은가 건기가 좋은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비가 안 오면 공기 내 먼지가 씻겨지질 않으니 덜 상쾌하겠지만 우기는 습도도 높지만 천둥소리가 너무 무섭다.


이 나라로 막 이주를 했을 때 우기였는데 천둥소리가 엄청나서 놀랐지만 뭐 무서울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아직 어린 둘째가 두려워할까 봐 걱정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사는 스마랑이라는 곳으로 이사하고 높은 지대에 위치한 우리 집이 번개를 맞은 후부터 천둥, 번개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낮동안에 벌어진 일이라 깨진 전등과 우리 집의 정전사태는 즉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번개의 위력을 직접 체험해보니 대자연이 경이롭지만 너무 두렵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10월이나 돼야 우기가 다시 시작할 텐데 갑자기 요 며칠 비가 계속 내린다. 100년여 만에 겪는다는 한국의 침수피해와 관련이 있는지 이상하게 비가 계속 온다. 너무 더우면 대기가 데워져서 그럴 수 있긴 하겠지만 잠시 오고 말 텐데 천둥 번개 동반한 비가 오니 올해는 우기가 빨리 오려나 싶기도 하다.


인도 친구에게 듣기로 인도는 40일 정도를 쉼 없이 비가 내려 곰팡이와의 전쟁이라고 하던데 그에 비하면 인도네시아의 우기는 그나마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건 아니라 다행이다.


그나저나 정말 벌써 우기가 시작된 건 아니겠지?



작가의 이전글 밥 먹고 설거지하다 엄마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