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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Aug 24. 2022

<영> 하나의 위력

오늘 ㅅㅎ은행 인도네시아 스마랑점을 갔다. 오늘따라 원래 있던 노련하고 꼼꼼한 직원이 보이지 않고 신입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 있었다. 나는 워낙 단골이라 가면 알아서 척척 처리해 주는데 이 직원은 좀 서툴러 보였다.


환전해서 챙겨간 인도네시아 루피아를 주고 검수 끝에 입금처리했다. ㅇㄹ 은행은 인도네시아에 들어온 지 좀 돼서 그런지 갈 때마다 손님도 많은데 여기는 갈 때마다 손님은 나 혼자다. 나머지는 모두 경비들 직원들 뿐이다.


입금증에 들어갈 내용은 알아서 써주니 나는 최종 싸인만 하면 된다. 20여분 지났을까 처리가 다 되었으니 확인 한번 하고 챙겨가면 된단다. 통장을 자세히 살펴봤다. 뭔가 이상하다. 우리나라도 여러 나라의 달러들이나 일본 중국 돈들에 비해 <영>이 지나치게 많아 헷갈려 죽겠는데 인도네시아는 거기다  <영>을 또 하나 더 부쳐야 되니 읽는 것도 머리에 김이날 지경이다.


그런데 최종 받은 통장을 확인하는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여러 번 다시 확인했는데 <영>이 하나 빠져있는 것이다. 내가 입금한 금액은 140,000,000 루피아(대략 14,000,000원) 통장에 찍힌 건 14,000,000 루피아(1,400,000 원 정도)인 것이다. 이런 일은 내 평생에 처음 있는 일이라 보고도 믿을 수 없어 여러 번을 확인해야 했다.


일을 처리한 직원에게 <영>이 하나 빠졌으니 다시 확인해보라고 했다. 직원은 '일초'정도 멍하니 통장에 찍힌 숫자를 확인하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기 이마를 찰싹 때리더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 알아차리지 않은 걸 감사하게 생각하며 15분가량을 더 기다려야 했다.


담당 직원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일을 다시 처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순간 온갖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만약 내가 집에 가서 알아차렸고 은행에 연락했는데 담당 직원은 자기가 받은 돈이 140만 원뿐이라고 우긴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은행에 CCTV 가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그는 분명 현금을 받았고 기계에 넣어 일일이 세어보았다. 하지만 기억을 못 하거나 혹은 기억을 하지만 아니라고 우긴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히나 한국인 직원도 없는 곳에서?


오랜 금융기관 경력이 있는 언니가 보이스톡을 걸어와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하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무 건조하게 말한다. 그날그날 마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원인을 찾아냈을 거라나. ' 별일 아닌 게 맞나?' 갑자기 헷갈린다.


아무튼 조기발견으로 사건은 쉽게 마무리되었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란 교훈을 얻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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