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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Sep 12. 2022

잔반 처리

나는 엄마다. 음식을 준비하고 식사를 하다 보면 늘 잔반이 조금씩 남는다. 나도 맛있는 것만, 좋은 것만 먹고 싶지만 또 남은 음식을 버리긴 너무 아깝다.


결국 남은 나물과 버리긴 아까운 잔반들을 프라이팬에 때려 넣고 볶음밥을 만든다. 음식들이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냉장고 안에 넣어둬도 오래가지 않는다.


상해서 버리면 아까운데 한번 먹고 냉장고 들어간 음식들은 김치 외엔 인기가 없다. 그렇다고 버리자니 속상하다. 음식을 준비한 나의 공도 아깝지만,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어 가는 이들을 생각하면 죄책감마저 든다.


나의 이런 습관은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 생긴 건 아니다. 어릴 때부터 남아 버려지는 음식물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오늘도 꾸역꾸역 남은 음식을 입에 집어넣으며 생각한다. 난 왜 이 음식을 먹고 있는 걸까.. 건강에 도움 되는 음식도 아닌데..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죄책감으로 내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음식들을 먹으려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남들은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먹기 싫음 과감히 잘도 버리더구만 난 왜 그게 그리 어려운 건지. 잔반 처리는 정말 오늘이 마지막이 되길..


앞으론 더더더 적게 만들어 한번에 먹어 냉장고에 들어가는 잔반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해야겠다. 음식물 쓰레기통도 아니고 나 자신도 좀 아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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