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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Sep 11. 2022

인도네시아에서 사춘기 딸아이와 운동

지난여름방학 기간 사춘기 둘째 아이와의 대립은 극에 달했었다. 말만 하면 안테나를 끝까지 세워 나의 말투부터 물고 늘어지니 시비가 붙기 십상이었다. 내가 보기에 아이의 게으름과 무기력함은 너무 심각한 정도였다.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새 휴대폰(나는 극구 반대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이의 휴대폰 사용을 조절할 수 있는 부모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컴퓨터 그리고 아이패드의 사용과 더불어 사춘기의 절정기가 겹치다 보니 더욱 그러했다.


이는 전학한 학교 아이들과 2년 동안 화면상으로만 얼굴을 본 정도라 친구도 없는 편이었고 더러 친구를 만나더라도 직접 사람을 대면하는 게 피곤하다 할 정도였다. 코로나가 변화시킬 아이의 일상이 이 정도로 심각해질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여름 방학부턴 오후가 돼서야 일어나고 그나마도 눈뜨면 게임하기 바 갑자기 변한 아이의 모습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슨 운동이라도 시켜보자 싶어 농구 레슨을 제안했지만 완벽해야 하는 성격인 아이는 골대 트라우마가 있다며 싫다고 했다. <무슨 운동이 좋으려나..> 고민 끝에 요가 선생님을 집으로 부르기로 했다. 요가를 주 몇 회라도 빠지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수련하는 나는 조금만 진행해도 힘들다며 투덜대는 아이 모습이 너무 싫었다. 내 눈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아이의 태도지만 내 인내심의 최대치까지 끌어올려 참았다. 결국 아이가 귀찮다며 수업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요가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무렵, 한국 남자와 결혼한 중국인 이웃이 아이 골프 수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골프라.. 아이에게 골프를 시킬 생각은 못해봤지만 집 밖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야..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골프 배워보겠냐고..  아빠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골프는 어떤지 궁금했을까. 그 차갑기만 하던 아이가 "골프? 그래.." 한다.


말 나온 김에 선생님 시간이 될 때마다 스케줄을 짰다. 보통 아침시간이라 아이가 억지로라도 일어나야 하니 그게 좋았다. 주 3회씩 인도네시아 현지인 선생님의 레슨을 받고 돌아오면 뭘 하든 내버려 뒀다.


골프레슨을 시작하려 할 무렵 온라인으로 인도네시아인 사범님께 태권도 배워볼 사람을 구하는 글이 한인 단체 톡방에 올라왔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 2품을 땄기에 아이에게 어떠냐고 물어봤다. 주 1회는 할 수 있겠단다. 그래. 방학 때 운동이라도 많이 해서 건강한 몸이라도 만들어라 싶었다. 그렇게 주 1회 수련으로 시작한 온라인 태권도로 다음 주 토요일 3품을 따러 가게 되었다.


개학해서 학교 다닌지도 벌써 두 달째다. 학교를 가니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야 하는 귀찮음 빼고는 너무 좋다. 아이가 학교 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걸 맘 편히 할 수도 있고 무기력한 아이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니 답답함도 많이 해소되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걸 너무 싫어한다. 그냥 시간을 죽이는 게 너무 아깝다. 아이도 좀 스스로 부지런히 하루를 만들어 가려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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