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버리고 잠시 집 주위 고양이들이 신나게 노는 걸 구경하다가 책과 영화에서만 봤던 달마티안이 산책하는 걸 보게 되었다.
보통 새벽 걷기를 하는 난 단지 내 새벽에 나오는 사람들과 산책하는 개들도 잘 아는 편인데, 처음 보는 얼굴의 아주머니와 달마티안이 가볍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날씬하게 뻗은 네 다리와 흰 털 바탕에 까만색 점박이 무늬가 얼마나 멋지고 신기하던지 실내복 차림이었지만 다가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달마티안을 처음으로 직접 본 나는 살짝 들뜬 마음으로
"달마티안 맞죠?"
라고 물었다. 그런데 주인은 바로 눈물방울이라도 떨어질 듯 너무 슬픈 표정으로 대답한다.
"네.. 그런데 얘가 몸이 너무 아파요. 수술한 지 이제 겨우 일주일 됐어요. 정말 건강한 아이였는데 나이가 11살이나 돼버려서 그런지 이젠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데가 없네요. 그렇게 산책을 좋아하던 애가 집으로 가서 쉬고 싶은지 지금도 자꾸 몸을 집으로 향해요.."
그러고 보니 배 쪽에 거즈로 수술부위를 덮어 그 위에 반창고를 붙여 떨어지지 않게 고정을 해둔 게 보였다. 멀리서 볼 땐 새끼 말처럼 멋진 몸매를 자랑하는 모습이었는데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픈 노견이었다니 가슴이 아팠다.
동물을 한 번이라도 키워본 사람이면 십수 년을 가족같이 지내다 곧 떠나보내야 하는 아린 마음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도 새끼 길고양이를 키워봤고 죽었을 때 피붙이를 잃은 듯이 가슴이 내내 아려왔다.
걱정이 많은 주인의 표정도 너무 안타깝고, 그 곁의 아픈 달마티안도 너무 딱했다. 부디 고통 없는 삶을 살다가 힘들지 않은 작별을 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