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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Sep 24. 2022

인도네시아에서 태권도 승품심사(1)

인도네시아인들의 품새 실력에 놀라다

작은 아이가 여름방학 동안 집에서 시체놀이에 몰두해 있어 지켜보기 답답하던 차에 우리 동네 한인 톡방에 권도 관심 있는 사람을 모으는 광고가 올라왔다. 일단 내용을 살펴봐야 하니 개인 톡으로 자세한 사항을 문의했다.


우리가 사는 스마랑이라는 곳에는 한국인이나 현지인 사범님이 계시지 않고, 차로 두 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족자카르타는 곳에 현지인 사범님이 계시다고 했다. 거기까지 수련하러 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으니 우리 아이 둘 만 온라인으로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이들끼리라도 한 곳에서 함께 수련하면 더 낫겠지만 두 집간의 거리도 차로 한 시간 정도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전에 살던 곳은 한인이 많아 한국인 사범님께서 운영하는 태권도장이 있었다. 수련생들도 80명이 넘는 제법 큰 곳이었다. 물론 코로나 전까지.


거기서 아이는 2품을 땄기에 온라인으로 하는 태권도도 운동은 되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이의 동의를 얻은 후 신하게 되었다. 주 1회 온라인 태권도 수련.


드디어 거실에서의 온라인 수련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집에서 인도네시아 사범님 함께 온라인으로 하는 태권도 수련이 시작되면 마치는 시까지 나는 어김없이 감옥 신세다. 몰래 보다 걸리기라도 하면 <버럭>한다. 운동에 방해지 않으려면 궁금증은 깨끗이 접어 두는 게 서로를 위해 좋다. 마치고 나면 힘들어하니 열심히 하긴 하나보다 생각했다.


함께 하는 두 살 동생인 또 다른 온라인 수련생은 코로나 동안 한국에서 머물렀고 빠짐없이 태권도장을 가서 수련을 했다고 했다. 우리는 코로나에도 줄곧 인도네시아에 머물렀고 아이는 수련을 꽤 오래 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달간의 온라인 수련 후, 이번에 그 아이가 2품 승품 도전을 한다고 했다. 수련 공백으로 체력은 많이 부족해졌으나 품새는 모두 익히고 있는 터라 우리 아이도 함께 3품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토요일(9/17) 오후 4시까지 인도네시아인 사범님께서 운영하시는 수련원으로 오라고 하셨다. 품새 정도 확인하는 거겠지 조금은 가볍게 생각하고 삼각김밥과 간식을 준비해서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구글맵을 보며 발했다.


고속도로까지는 길도 좋고 편했지만 국도는 날도 더운데 구불구불 찾아가는 길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국도에서 시간을 좀 쓰다 보니 도착까지 거의 세 시간 정도 걸렸나 보다. 그래도 승품심사까지는 한 시간 이상 여유가 있으니 아이에게 가서 심사 때 실수 없도록 연습을 좀 하라고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사범님의 얼굴을 직접 보게 되었고, 수련장 구경도 했다. 생각보다 조금은 초라한 모습이었다. 사실 여기서 품새가 과연 가능할까 가 처음 든 생각이었다.


아이는 태극, 금강 및 몇몇 필요한 품새 연습을 했고, 사범님은 나중에 힘드니 미리 너무 힘을 빼지 않는 게 낫다고 미리 조언을 해주셨다. <나중에 힘드니?> 보통 승품심사는 힘든 과정은 아니어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리고 몇몇 질문 끝에 승품심사는 다른 스튜디오에서 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럼 그렇지.. 품새 심사를 하기엔 좁지 싶었다. 몇 명이나 있냐고 하니 50명 정도 된다고 했다. 내가 질문한 몇 명은 당연히 승품 심사 대상자였는데 나중에 보니 수련생 총 인원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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