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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Sep 15. 2022

지구는 우리 소유가 아니고 잠시 빌려 쓰는 공간이다

평소 새벽 다섯 시 이전에 눈을 뜨는데 오늘은 눈뜨니 이미 5시 20분이다. 도시락도 싸야 하니 걷기는 포기했다. 일층으로 내려가 오늘 도시락 메뉴는 뭘로 해야 하나 민하며 라온 브런치 들을 좀 읽었다.


오늘의 도시락은 잡곡밥에 새우 버터 구이, 문어숙회 그리고 아스파라거스로 정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쓰레기가 또 한 봉지 나왔다.


인도네시아는 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한국의 그 까다로운 분리수거로 인해 과일 먹기가 두려웠었는데, 여기선 다시 80년대 정도의 한국으로 회귀해서 과일 껍질 특성상 부피가 많아 버릴 때 좀 귀찮다는 것 빼고는 특별히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한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버릴 때 무게를 재어 파트 주민 카드에 입력하고 월말에 누적된 무게만큼 계산해야 했다. 그래서 음식 쓰레기가 나오면 물기를 최대한 말리거나 없애고 버다. 큰돈은 아니지만 왠지 쓰레기 처리 비용은 너아까웠다.(물론 한국도 지역마다 수거방식이 천차만별이라 서울 인현동 빌라에선 건물 입구 분리수거통에 바로 버리니 가능한 한 물기 제거 했지만 굳이 과일 껍질을 말리는 수고까지는 하지 않았다) 과일 껍질 버릴 때는 겉껍질에 농약 잔여물이 너무 많은 오렌지 껍질류는 또 일반 쓰레기로 분류했다. 사료로 쓰이면 동물들에게 위험할 수 있으니까.


음식물 쓰레기와는 또 별도로 플라스틱, 나무, 종이류, 병류 등등 모든 쓰레기를 만들어진 재료 위주로 나눠  버고, 플라스틱에 붙어 있는 라벨은 또 분리배출했다.


까다로운 분리배출의 규칙에 따라 쓰레기를 처리하는 한국에서 지금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로 이사 와서 처음 쓰레기를 버릴 때 양심에 찔려 너무 불편했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그냥 아무 비닐봉지에 담아 버려도 되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버릴 다른 방법이 없었다. 모든 쓰레기를 한 번에 비닐봉지에 담아 잘 봉해서 우리 집 앞 개인 쓰레기통에 버리면 휴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쓰레기차가 와서 담아다.


물론 빈 플라스틱 병류나 캔류 그리고 종이 박스들은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팔기 위해 모두 수거해 가다. 종류 불문하고 한꺼번에 모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쑤셔 넣어 버려도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새벽에 그 쓰레기를 맨손으로 뒤져 플라스틱류를 꺼내 자루에 모아 가시는 걸 본 후로는 종이 박스류, 플라스틱 병과 캔류는 분리해서 편하게 가져가시게 해 둔다.


인도네시아 삶을 한해 한해 거듭하면서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쓰레를 함께 버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없어졌다. 오히려 지난봄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쓰레기를 버릴 때 너무 성가셨다. 내가 과일 껍질과 일반쓰레기를 한 번에 담아 버릴라치면 친정엄마는 오렌지 껍질은 안된다며 다 꺼내서 일반쓰레기에 담으셨고 버리는 우편봉투의 비닐 부분도 일일이 모두 제거해서 분리하셨으며 플라스틱 물병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새 내 모국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한국에 한 달간 머물면서 다시 분리배출에 익숙해졌고, 인도네시아에 돌아가서도 분리배출을 계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구는 인종 불문하고 우리 모두가 잠시 빌려 쓰는 하나의 커다란 공통 영역이고, 아무리 한쪽에서 지키는데 각고의 노력을 한들 한쪽에서 돌보지 않으면 결국 같이 망가지는 게 아닌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뱉어보라. 이렇게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의 70%는 해양에서 온다. 그런데 그 해양이 라스틱(비닐)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다. 이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12살에 환경단체를 만든 인도네시아 발리의 멀라티 위즌(Melati Wijsen)이 세계인들에게 던진 말이다. 지금은 20대 청년 환경 운동가로 활동 중이고 한국에도 <잘 가, 비닐봉지야>로 그녀의 책이 출판되었다.


그녀의 활약 덕분인지 마구잡이로 주던 장 볼 때의 비닐봉지는 이제 장바구니나 종이 상자로 대체되었다. 아직도 갈길이 너무 멀다. 그러나 하지 않는 것보단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더 늦기 전에 전 세계가 한 마음으로 지구 지킴이가 되어 자연과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아름다운 지구를 후대에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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