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정전
이러니 가전제품이 버티기 힘들지
자가발전 설비가 갖추어진 아파트는 열외지만 보통의 인도네시아 주택은 자주 정전이 되는 편이다. 한국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왔을 때 정전이라는 걸 처음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호주 선교사님 집에서 함께 모여 금요 어린이 성경 모임을 하고 있을 때다. 갑자기 주변이 깜깜해졌다. 내 기억에 내 평생 정전은 아직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집에 퓨즈 문제라도 생겼나 했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호주 선교사 프랭크가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알려 주었다.
"여기 인도네시아는 종종 정전이 되니 집에 양초나 손전등 같은 게 꼭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엥? 정전이 된다고? 요즘 시대에 정전이 되는 곳이 있다고? 그것도 종종? 믿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많은 날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는 충전되는 선풍기와 등을 구비해 놓고 있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정전이 되니 할 수 없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불러서 온 것도 아니고 우리가 사는데 필요한 걸 얻기 위해 여기로 온 게 아닌가? 받아들여야지.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덕분에 있는지 존재감도 느끼지 못하던 전기의 고마움도 느끼게 되었으니 꼭 마이너스만은 아니지 않은가.
인도네시아에 살게 되면서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왔던 일상에 감사함도 많이 느끼게 되었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급식, 의료 시스템, 전기, 수도, 대중교통수단 시스템, 신속한 서비스, 사계절.
하지만 또 여기 와서 숨 쉴 시간도 없이 바쁘게만 살아온 한국에서의 삶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계기도 되었다.
여유,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사실, 가진 건 없지만 여유로운 삶을 사는 하층민의 삶, 나눔의 감사함...
그나저나 벌써 한 시간이나 흘렀는데 전기는 왜 아직도 안 들어오는지..
설거지해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