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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Sep 28. 2022

인도네시아 전통시장을 다녀오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애잔하다

아침 일찍 아이 등교 준비로 부산하던 차에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다.

"오늘 아침에 <강바루> 가보려고 하는데 혹시 안 바쁘면 함께 가보지 않을래요?"

자동차 뒷유리가 깨진 후로 등. 하교가 번거로워져 조금은 정신없는 상태라 잠시 머뭇거리다 답을 보냈다.

"그래요. 같이 가봐요. 한 번쯤 가보고 싶었어요."


그녀는 자가운전 연습 중이라 아직은 동남아 우버인 그랩을 이용한다. 그러면서도 나를 데리러 오는 번거로움을 애써 자청한다.


우리는 <강바루(새로 생긴 골목이란 뜻이다)>라는 현지 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규모가 작지 않았다. 물론 전에 내가 살던 찌까랑의 거대한 시장에 비해선 몇십 분의 일 정도로 훨씬 작았지만 실외라 냄새도 없고 아늑한 맛이 있었다.


먼저 전체를 둘러본다. 표준어를 쓰지 않고 자와어를 쓰며 호객(?) 행위 비슷한 걸 하는데 알아을 수가 없었다. 애써 못 들은 체 하고 구경하는데 어떤 아줌마가 다가와 말을 건다. 등에 커다란 소쿠리를 업은 채.


당연히 자기 물건 좀 사라는 거겠지 싶어 무관심한 듯 커다란 소쿠리 안을 곁눈질로 스캔했다. 어라? 소쿠리가 비어있다. 물건을 파려는 게 아닌가? 잡히면 또 골치 아파지니 그냥 계속 직진했다.


또 비슷한 아줌마가 다가왔다. "겐동, 겐동. 스쁠루리부" <겐동>이라면 업어준다는 뜻이고 <스쁠루리부>라면 만루피아, 즉 천 원이라는 뜻인데.. 그럼 시장 본 물건이 무거우니 자기 소쿠리로 들어주고 천 원을 받겠다는 뜻인가?


세상에.. 인도네시아에 산지 8년째 지만 이런 풍경은 또 처음이다. 당황스러웠다. 무거운 짐을 들고 시장 보는 게 힘드니 카트 역할을 대신해주고 돈을 버는 거였다.


시장엔 불구된 다리를 끌고 돈을 구걸하는 사람도 있고, 우렐레를 뚱땅거리며 구걸하는 멀쩡한 청년들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찬송가 크게 틀어놓고 불구의 다리를 끌며 깡통에 돈을 채워주기를 바라는 모습들이 시장을 가면 늘 보였는데(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여기도 비슷했다.


하지만 내 눈엔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수고를 하고 적은 돈이나마 당당하게 버는 그녀들의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다웠다.


시장에는 신기한 것들도 많았다. 곱창인지 막창인지 동물의 창자를 세척해서 소시지 만들 때 이용한다. 바람을 넣어 말리는 과정이 신기하다.


물건에 작은 관심이라도 보이면 사람들이 집요하게 호객행위를 하니 무관심한 듯 다니다 꼭 필요한 것에만 눈길을 줘야 한다. 싱싱해 보이는 새우와 방울토마토 그리고 꿀을 사서 시장을 빠져나왔다.


입구에 중국 유교 사원 같아 보이는 곳이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연기 나는 향을 몇 개 손에 들고 흔든다. 무슨 소원을 비는 걸까?


시장 입구에는 <베짝>이라 불리는 인력거가 많이 대기 중이다. 사진을 찍으려다 또 타라고 성화일까 할 수 없이 포기했다.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스쁠루리부> 베짝 역시 천 원인가 보다.


시장을 본 손님들이 더러 타는 모양이다. 저렇게 벌어서 끼니는 해결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에서 나는 중산층이다. 부자들의 삶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다. 지인들 생일에도 연예인처럼 샵을 가서 한껏 꾸미고 비싼 옷으로 치장해서 멋지게 사진을 남기고 자동차도 아이들 장난감 수집하듯 산다.


하지만 보통의 인도네시아인들은 오토바이가 주요 이동수단이고  50만 원 정도의 혹은 그보다 적은 수입으로 살아간다. 심지어 인력거 기사인 베짝기사(요즘은 시장 주변이나 관광지에만 있다)나 기타 하층민들은 정말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산다.


부족한 걸 원망하기보단 내가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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