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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Sep 29. 2022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감사가 행복을 만든다

예전 살던 동네 같은 단지에 횟집을 하러 인도네시아로 이주해 오신 분이 계셨다. 한국은 이미 공급과잉이라 한인이 많이 모여 살아 공급은 부족하고 수요가 넘치는 곳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곧 칠순의 나이에도 정말 부지런하시고 불평이 없으신 분이셨다. 그날도 단지 내 아침 걷기에 함께 하게 되었다.


"우리 집 소식 들었어? 어젯밤에 집이 홀랑 다 타 버릴 뻔했잖아."

"네? 어젯밤에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그렇게 큰일이 있었어요?"

"응, 소방차가 몇 대나 왔었는데. 제법 시끄러웠을 건데 거리가 좀 있다고 몰랐나 보네. 집에 냉장고가 두대 있는데 그중 하나가 20년이 다 되어갔거든. 그게 말썽을 일으킨 모양이야. 자칫 큰 불이 날 수도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한국분이 우리 집인 줄 알고는 바로 전화해서 도와주시는 바람에 큰 불은 피했지 뭐야. 하늘이 도우신 거지."


때마침 발갛게 달구어진 하늘에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두 손을 합장하시더니 여러 번 고개를 숙이시며 인사를 하신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이 우러나는 모습이었다.


마치 커다란 선물이라도 받으신 듯 너무나 행복한 모습으로 감사를 연발하는 그 모습은 내 눈에 신기하기까지 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처럼 열심히 살아온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왜 나한테 이런 일까지 생기는 거야? 타버린 물건과 집은 또 언제 다 수습하나.' 신세한탄이 끝이 없었을 테다.


하지만 그분은 딸이 진작에 바꾸라고 한 냉장고를 너무 멀쩡하니 아까워서 계속 쓰고 있었는데 결국 억지로 바꾸게 생겼네 하시며 잠시 웃으시더니 다시 소리 내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신다.


칠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결혼과 함께 집안 수입원을 거의 홀로 책임지셔야 했던 자신의 삶을 단 한 번도 원망하거나 남편에 대한 어떤 불평도 없으셨다.


그 분과 한 시간씩 걸으며 그동안 살아오신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역사책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70년 동안 겪은 이야기들과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서도 광채가 나는 모습에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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