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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Sep 30. 2022

일본의 식민지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

인도네시아는 왜 식민지배를 창피해하지 않는가

5년 전 어느 날 학교 마치고 돌아오는 초등 3학년 작은 아이가 흥분되어 있다.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교복을 입은 채 말했다.


"엄마, 오늘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일본이 인도네시아에 좋은  일을 참 많이 해줬고 고마워해야 한다는 거야. 고속도로도 깔아줬고, 시설을 현대화시켜줬다면서. 어떻게 식민지배를 애들 앞에서 선생님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수업시간에? 그럼 뭐 또다시 식민지당하고 싶다는 건가?"

"몰라. 최소한 자기 나라에 어떤 피해를 줬는지 앞으로 인도네시아가 다시 식민지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하는 거 아냐?"

"그러게.. 인도네시아를 위해서 해준 게 아닌데.. 인도네시아에 있는 천연자원들을 더 쉽게 약탈해가려고 설비를 한 거지. 그것도 인도네시아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해서."


한국의 일본에 대한 식민지를 바라보는 관점과 인도네시아는 많이 다르다. 우리의 선조처럼 고통을 많이 당하지 않아서 그럴까?


꼭 그렇지도 않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 <라왕 세우>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네덜란드 정부에 의해 1900년대에 건설된 동인도제도 철도회사다. 자바어로 수천 개의 문을 의미하는 이곳은 네덜란드 식민지 이후 일본이 점령해서 1945년 인도네시아의 독립이 선언될 때 피로 물들었던 <스마랑전>의 장소이기도 하다. 전에 가볼만한 곳을 찾다 아이와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름처럼 커다란 문이 상당히 많다. 여기 지하감옥이 있는데 살짝 아래로 내려다보니 깊이를 알기도 힘들뿐더러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암흑천지였다. 내려가지 않고 위에서 내려다만 봐도 공포 그 자체였다. 거기 사람이 갇히면 1초 만에 정신이상이 생길 것 같았다.

스마랑 라왕세우

이런 역사적인 장소가 고통스럽게 사망한 선조들의 아픔을 느끼기보다 그냥 귀신이 많이 나오는 장소로 가볍게 인식되는 부분이 상당히 안타까웠다. 이런 곳을 호텔로 바꾸려다 공사 중 잦은 귀신 출몰로 중지하고 상태 보존을 하게 되었다는 것만 봐도 역사인식이 얼마나 가벼운지 알 수 있다.


우리도 친일 역사관을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번 적대시만 해서 양국 관계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강제징용과 안부를 돈을 위해 자원한 보통의 노동과 창녀들로 치부하기엔 아픔이 너무 크다. 그들의 그러한 인식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정말 단순한 <돈> 문제인지 아니면 진정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보다 우호적인 양국 관계를 위한 것이라면 적어도 사실 왜곡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고등학교 때 과학 선생님의 경험담이 떠오른다.

부산항을 견학인지 단체관광인지 방문한 일본인 중 한 명이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더라는  이야기. 그들이 다시 부산항으로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조용필이 애달프게 불렀다는 노래로 인식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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