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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Sep 25. 2022

작은 아이와 두 번째 골프 라운딩

자연 속에 있는 아이 모습이 아름답다

지난 추석에 작은아이 첫 라운딩 이후 오늘 두 번째 라운딩을 돌았다. 아이는 보통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은 오전 11시나 돼야 일어나지만 골프 가기로 어젯밤 미리 약속을 해놔서 그런지 오전 6:30에 눈을 떴다.


인도네시아는 날씨가 더워서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시작하는 게 낫다. 사실 아이만 아니면 오전 6시에 시작하고 싶지만 아이를 자연으로 끄집어내는 게 목적이니 최대한 기분을 상하지 않게 작전을 잘 짜야한다.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니까.


집 근처에 두 개의 골프 코스가 있다. 남편을 제외한 나와 아이는 아직 초보라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은 민폐가 될까 봐 최대한 피한다. 아직 제대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아이에게 18홀을 돌게 하면 행여 힘들다고 앞으로 안 한다고 할까 봐 두 명분만 예약했다. 9홀씩 나와 나눠 치면 되니까.


내가 먼저 9홀을 칠 때는 공에 집중하느라 하늘을 보지 못 했다. 아직 초보라 여유가 별로 없다. 후반에 아이가 나머지 9홀을 칠 때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휴대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찰칵> 사진이 너무 예쁘다. 오늘 처음으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파랬다.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구름 그리고 그 속에서 운동 중인 아이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지난 추석 때 보다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는지 호수를 넘기는 200미터 드라이버가 두 개나 나왔다. 나보다 훨씬 낫다. 이제 슬슬 내가 걱정이다. 나도 레슨을 좀 받아야 하나. 이러다 난 카트 지킴이가 돼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역시 어린애라 익히는 정도가 빠른가.. 레슨 때 비리비리하던 모습과 첫 라운딩 때의 자신 없는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멋진 샷이 몇 번이나 나왔다.


한국에 있는 큰 아이도 함께 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머지 셋이라도 가족이 함께 하는 골프는 너무 좋았다. 새파란 잔디 위에 파란 하늘과 구름 아래로 걸어 다니며 깃발을 향해 스윙을 한다.

여름방학 때 휴대폰, 아이패드, 컴퓨터 그리고 침대랑만 친구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싫어 시작한 골프가 이렇게 빨리 향상되리라곤 예상을 하지 못했는데 의외다.

 

골프가 아이의 일상에 보다 활력을 주는 멋진 가교 역할을 잘해주길 바란다. 엄마의 욕심은 끝이 없는가... 초등학교 때 몇 번의 슛을 놓치면서 트라우마가 생긴 농구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면 더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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