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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Nov 08. 2022

외로움에 대하여

혼자는 외롭지만 함께도 외롭다

나는 타고난 생각쟁이다.

어릴 적부터 늘 생각이 많았고 <친구 사귐>에 있어서도 여느 친구들과 달리 그냥 즐겁기보단 깊은 대화가 가능한 사람을 갈구했다.


다들 진지한 생각 없이 어울려 놀고 한바탕 웃고 그러면서 인생을 즐기는데 나는 왜 의미 없는 만남이 그리도 싫었는지. 요즘 말로 진지충인 건지.


그래도 다행히 대학 때 만나 아직 소중한 인연을 함께 하고 있는 좋은 친구가 하나 있다. 난 원래 연락을 잘하지 않는 성격이고, 맞벌이 부부인 친구도 바쁜 한국 생활에 행여 일 년 내내 연락을 주고받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연락해도 불편함이나 서운함 하나 느끼지 않는 정말 고마운 오랜 친구다.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한국 가면 무조건 만나고 온다. 나 같은 성격의 사람에게 어쩌다 그런 좋은 친구가 오게 된 건지 너무 감사하다.


혼자가 좋다. 하지만 또 혼자가 싫다. 어떤 작가가 그랬던가. 사람 관계는 난로와 같아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다침 없이 온기를 느끼며 손을 녹일 수 있다고.


때론 주변의 하루하루 마냥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럽다. 하지만 마구 쏟아지는 아무 얘기나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허무함에 몸부림친다. 맘 맞는 두세 명이 함께 한 자리에서 뜻있는 좋은 얘기를 나누고 오는 게 참 좋은데 그런 만남이 쉽지는 않다.


모든 날을 늘 의미로 가득 채울 수는 없겠지만 무의미는 그냥 <소모> 같아서 너무 싫다. 그러다 보니 늘 방황의 연속 같다. 요즘 갱년기라 그런가 생각도 해보지만 어릴 적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면 그때도 늘 그랬다.


내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을 때 고모가 그랬다.

"쟤가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네."

그 말을 듣고 스스로 좀 놀랐다.

'아, 난 늘 진지했구나. 고모 보기에도 세상 고민 홀로 다 짊어진 듯 늘 진지했구나.'

하지만 가득 채워질 줄 알았던 결혼생활은 더 많은 빈 공간을 만들어 놓았고 함께 있어도 외로운 게 뭔지 알게 해주는 체험이었다고 할까? 물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채워지기 힘든 빈자리는 영영 비워두는 수밖에 없는 건지. 감성지수가 높으니 머릿속은 늘 복잡하다. 명상을 배워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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