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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Jan 11. 2023

대중목욕탕에 경찰이 (2)

출동한 경찰이 그녀들을 붙잡아 갔다

자기 멋대로인 여자들을 본 후로 다시는 그 목욕탕을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양쪽 무릎을 수술하신 지 7개월 째로 접어드는 팔순의 친정 엄마가 원 다시 한번 가기로 했다. 엄마 집에서 샤워를 하더라도 최소 주 1회는 목욕탕을 가야 진정한 목욕을 했다는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고 늘 말씀하신다. 근처에 목욕탕이 또 하나 더 있지만 늘 가던 곳만 고집하시니 다른 곳을 간다는 건 어렵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이라도 엄마를 돕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기꺼이 엄마의 목욕 동반자겸 도우미로 그날 소란을 겪었던 대중탕을 향해 다시 한번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천천히 걸어 함께 도착한 목욕탕은 이층에 있어 내가 계단 오르는 걸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가능한 한 혼자힘으로 작은 일 하나하나 해내고 싶어 하시는 엄마는 난간을 잡고 올라가셨다. 나는 뒤에서 호위무사처럼 엄마를 따랐다. 반쯤 올라갔을까? 회색 점퍼를 입은 두 명의 경찰 까만 패딩점퍼를 입은 두 여자가 뒤 따르며 이층 목욕탕 쪽에서 우리 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목욕탕에서 무슨 일로 경찰의 손에 이끌려 가는 건지 걱정도 되고 궁금도 했지만 딱히 물어볼 데가 없어 그냥 남은 계단을 마저 밟으며 올라가다 억울함이 가득한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찬물 좀 틀었다고 경찰서를 가다니 먼일이래요?"

"일단 신고가 접수되었으면 경찰서로 가셔야 합니다. 가서 거기서 말씀하시죠."

등뒤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익숙했다. 곰곰 생각해보니 작은 아이와 목욕탕 체험하러 간 그 날 만났던 사람들이 틀림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한층 더 궁금해졌다.


궁금증을 안고 마와 함께 목욕탕에 들어갔다. 가벼운 샤워를 마치고 우리 두 모녀는 뜨듯한 온탕에 몸을 담갔다. 옆의 탕에서 삼삼오오 몸을 담근 채 이야기가 새어 나왔고 분명 경찰에 이끌려간 그녀들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소리가 울려서 분명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탕에서 나와 딸의 손에 등을 맡긴 엄마는 오랜만에 시원하게 밀어졌는지 만족해하셨다. 목욕을 마치고 라커룸의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어 돌리고 옷가지와 다른 물건들을 꺼내고 있는데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엄마께 다가가 <탄원서>에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내막은 이랬다.

그녀들의 행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탕에 찬물을 콸콸 틀어 넘치게 한참을 그냥 두는가 하면 고성과 시비로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는커녕 민폐를 끼치니 목욕탕 입장에서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리 오지 못하게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와서 진상을 부려 영업 방해를 하니 목욕탕 측에서 경찰을 부른 것이다. 그녀들을 더 이상 입장 시킬 수 없는 이유로 많은 손님들의 불편사항과 지장을 받고 전화번호까지 받음으로 탄원서의 빈칸을 하나하나 채워가고 있었다. 나도 체크하고 지장을 잘 찍어주었다.


순간 그녀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과연 자신들의 잘못을 진정 모르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목욕탕에선 그렇게 오지마라고 하는데도 막무가내 와서 몇 번이나 경고를 고 경찰이 온 것도 벌써 세 번째라는데 아직도 눈치를 못 채는 건지. 진정 억울하기만 한 걸까? 아니면 스스로의 행동을 제어하는 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까? 그 후 사건은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그녀들은 그 목욕탕을 또다시 방문했을까?


크게 화를 내거나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따라가는 모습이 갑자기 측은하게 느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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