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식에 대한 편식이 정말 없는 편이다. 못먹는 음식이 있는냐고 물어보면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고수도 최근에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외국의 향신료들도 어렵지 않게 먹는다. 굳이 고르자면 안먹는다고 할 수 있는 음식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것조차도 어린 시절 잘 먹었다는 말을 듣고나니 그것도 절대 안먹는 음식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엄마가 어디선가 얻어온 고기를 소고기라 속이고 줬을 때 먹자마자 뱉어 버렸던 기억이 있다. 미각이 좀 둔한 편이기도 하고, 음식에 큰 흥미가 없는 나는 모두가 투덜대는 와중에도 아무거나 잘먹는 편에 속한다. 그때 내가 먹은 고기는 정말 한 번 제대로 씹지도 못할 맛이었다. 후에 그 고기의 정체를 알게 된 후로 그런 야만적이고 심지어는 아주 끔찍한 맛을 가진 그것을 먹지않는 음식이라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의견과 나의 또 다른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뱉은 고기를 주신 그 분과 엄마 모두 음식 솜씨가 좋지 못한 나머지 나도 먹지 못한 음식이 되었을 뿐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러니까 괜찮은 음식 솜씨를 가진 사람이 요리했다면 먹을 수 있었다는 거다. 엄마 미안… 그렇지만 엄마가 요리에 그리 재능이 없다는 건 사실이니까,,,
편식하지 않는 것처럼 책 역시 대부분 가리지 않고 잘 읽는 편이다. 소설, 에세이, 시, 인문, 사회, 때로는 과학이나 의학 책도 읽는다. 그러나 비중이 가장 높은 책은 당연 소설이다. 평균적으로 생각했을 때 10권의 책을 읽으면 그 중 6-7권은 소설을 읽는다. 지난 7월은 다른 장르의 책을 좀 읽어보아야겠다고 나름 신경을 썼는데도, 10권 중 4권의 책이 소설이었다. 그리고 2권은 시집, 2권은 에세이, 인문·사회 분야 2권. 7월 나의 소설 목록은. 「나의 레즈비언 여자친구에게」,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 눈물 토끼가 떨어진 날」,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지금은 「여름을 열어보니 이야기가 웅크리고 있었지」를 읽고 있다. 내게 언제나 편하고, 그러나 여전히 설레는 장르는 소설이다.
7월 읽은 소설의 목록만 보아도 예상할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나는 소설 중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최근에 나온 작품들을 좋아한다. 나는 많은 분야에서 마이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책의 취향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랭킹에 올라온 작품들, 새로 나온 작품들을 어딘가에서 볼 때마다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고 손에 쥐고 만다. 소설은 그렇게 쉽게 손에 쥐어도 한번도 읽지 못하고 포기했던 적이 없다. 완독했다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라는 것이 아닐까? 아직까지 나를 후회하게 했던 소설은 없다.
최근에 나온 한국 소설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공감이라는 키워드에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진 책들을 고전이라고 부른다. 그런 책들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공감되고,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한다 말하는 이유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고전이라 해도 바로 어제 나온 이야기들의 현실성은 따라갈 수 없다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최근의 한국 소설들을 읽는 이유다.
어떤 책들보다 나와 가까운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한 책들을 읽다 보면 인물과 나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 간다. 그들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나와 같은 선택을 한다. 때론 나와 너무 다른 인물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들도 역시 내가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또 내가 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지금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내일의 나의 마음일 수도 있으니 그런 이들 또한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소설 속의 모두는 다 조금씩 다른 나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서 찰칵. 사진을 찍고 그대로 내 마음에 베껴쓴다. 지금의 나는 조금 혼란스럽고 많이 부족하지만 그들의 배움을 따라 배우다보면. 그들이 나아가는 것처럼 조금씩 나아가게 될거라는 믿음으로.
최근엔 소설말고 시도 써보고 싶고. 아는 게 많아야 쓸 수 있는 것도 많다는 생각에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차오르는 중이다. 그래서 더더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야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소설을 읽지 않는 선택지는 내게 없다. 내게 가장 큰 울림과 영감은 언제나 소설이므로.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조금은 더 편식을 할 것 같다.
소설을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하는 날들이 지속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