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하는 일에 대해서
선물은 내가 아닌 남을 위한 것.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것을 고르는 일. 선물을 고르는 일은 까다로운 일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일이라고는 해도 물건을 고르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고를 수는 없으니. 선물은 고르는 사람의 마음에도, 선물을 받을 사람의 취향에도 다 적절히 맞는 물건이어야 한다. 그 비율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나의 경우 나의 마음을 40%정도 고려하는 것 같다.꽤 높은 비율인 것 같다. 물론 선물을 고르는 내내 받을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은 뭘 좋아하나. 취미나 취향이나 그런 것들을 기억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집어올린다. 받는 그 사람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으니까. 그러나 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끝까지 선택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누군가의 취향. 그것이 선물의 기준일지도 모르겠다.
선물할 때면 항상 선물하는 이의 마음을 고려하려 노력한다. 그 시간동안 내내 그 사람을 떠올리며. 내내 고민하는데 나의 선물을 받은 많은 이들이 하는 말은 “정말 너같아”. 그 말을 들으면 내 마음엔 정말? 나는 내내 너와 잘 어울리는 것을 고르기 위해 고민했는데? 너가 좋아하는 게 뭐였는지 취향에 세세히 맞춘 선물을 고르느라 시간을 보냈는데? 하는 말들이 떠오르곤 한다. 나 같다는 말은 선물을 주는 나에겐 실망스러운 말이었던 것 같다. 너를 위한 일에 나는 결국 나를 생각했나. 선물만큼은 너에 맞추고 싶었는데. 너를 위한 선물에도 내가 튀어나와 버렸다니. 실패했다. 그러나 이 말을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며 나같다는 그 말을 너와 나의 취향을 둘 다 고려한 선물을 잘 고른다는 말로 듣기로 한다. 왜냐하면 나는 선물을 잘 고른다 자부할 수 있으니까.
요즘 나는 질문이 늘었다. 알아갈수록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르는 것 같고. 그런데 아는척하는 건 정말 싫으니까. 그래서 자꾸만 묻는데. 호기심일 뿐이라 생각했던 것이 어쩌면 걱정이고 불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처럼 자꾸만 질문이 느는 너에게 전하고 싶은 문장들을 골라 담는다. 걱정이 많은 너를 위해. 나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너를 위해. 어쩌면 나에게. 이 문장들이 너를 위한 거라 생각이 든다면. 내가 말하는 너는 너가 맞으니 선물로써 받아주기를.
근데 말이야 이게 내 진심이야 기어이 이어지고 마는 마음이 있다는 것
흐릿해져도 글자의 모양은 변하지 않으니까
흐릿한 마음을 우리가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여전하니까.
(유선혜,「그게 우리의 임무지」中)
나는 가엾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
위험하게 살았고 결국 그 위험을 피하지 못해 다리 하나를 잃었지만
그것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그녀는 하고 싶었다.
(조해진,「빛과 멜로디」中)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감으로써,
데카르트는 그토록 희구하던 진리에 가닿는다.
진리는 그 어느 곳도 아닌 자신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솔,「이미지란 무엇인가」中)
필사하는 일은 내게 선물이나 다름 없는 일이다. 필사와 명상 혹은 힐링과 같은 단어와 대치할 수 있다. 마음을 정화해서 맑고 깨끗한 마음만 남기기. 뭉쳐진 나쁜 마음들은 걸러버리기.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나를 위한 일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이 바로 서 있어야 너에게 다정함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이해되지 않는 마음들을 써보면서 모조리 이해해버리거나, 아니면 그냥 걸러서 던져버리거나. 하다보면 내 안에 잔뜩 오른 독들은 이미 풀어지고 없다. 그러면 나는 너에게 정제된 다정함을 보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온다. 필사는 나를 위한 선물만이 아니라 너를 위한 것이기도 한 것이다.
선물. 주는 것의 본질은 원래 주는 사람의 마음을 좋게 하는 것인가보다. 필사도 선물도 먼저 나를 위하고, 그 다음이 너일지도 모르겠다. 너를 위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런거면 너에게 건넨 선물이 나같은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가봐. 그래도 고르는 내내 너를 생각했다는 건 변함 없으니까. 기쁘게 받아줄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