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산 Oct 09. 2024

흑백요리사라 쓰고 프로라 읽는다

프로들의 전쟁

요즘 사람들만 모이면 흑백요리사 이야기가 한창이다.

넷플릭스 거들떠도 안 보던 내가 보기 시작했으니 말 다했지 모.

인정! 서사와 예능, 감동이 비빔밥처럼 들어있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전에도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다수 있었다. 한데 왜 흑백요리사에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지독하게 치열하고 경쟁하는 프로정신에 대한 존경과 동경이 시청자들의 내면에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흑과 백 계급으로 나뉘어있지만 누구도 그냥 하는 요리가 없다. 다 본인의 식당과 이름을 걸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맹렬하게 몰입하여 요리를 만들어낸다. 개인적으로 접시에 화려하게 담긴 요리들보다 이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요리사들의 표정과 제스처, 거친 말투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저렇게 한 분야에만 몰입하여 열정을 바쳤던 경험이 있었던가.


프로는 절대 대충 하지도 허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오로지 결과에만 집중한다. 팀 미션에서 최현석이 다른 팀에게 대파를 빌리러 가는 장면에서 누가 최현석이 저렇게 까마득한 후배에게 가서 부탁할 줄 알았겠나. 

하지만 상관없다. 팀의 결과물을 위해서 기꺼이 최현석은 어색함을 무릅쓰고 도전을 하였고, 원하는 것을 쟁취했다. 그 과정도 너무 애처롭지 않게, 없어 보이지 않게 선을 잘 지키며 대파를 얻어오는 그 노련함에 웃음이 흘러나온다.


프로는 실력으로 증명한다. 트리플 스타의 1mm, 3mm 간격의 칼질을 알아보는 안성재 세프의 눈과 한국에서는 거의 맛볼 수 없는 중국요리를 단 한입으로 알아맞히는 백종원의 경험과 해박함은 단연 이 프로의 신뢰도와 진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과거 다른 요리프로그램에서 출연자에게 독설을 내뿜고, 본인들의 위엄을 내세우며 강자와 약자로 나뉘는 계급구조를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다. 계급장을 떼고 오로지 맛으로만 평가하고 승부를 건다. 그리고 아낌없이 인정과 박수를 보내준다.


여기에 요리사들의 닉네임사용과 캐릭터를 활용한 양념 같은 서사는 흑백요리사를 마침내 재미와 진정성을 다 갖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더 이상 독설과 음모가 난무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원하지 않는다. 에드워드 리(이균이라고 부르고 싶다!)가 음식소개를 위해 써놓은 삐뚤빼뚤한 글씨와 요리하는 제자를 지켜보느라 자리를 못 떠나는 여경례 세프의 따뜻한 눈길은 음식과 사람에 대한 존중과 경의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지옥 같은 서바이벌의 마침표를 찍는 위대한 한입의 이면에는 그간 세프들의 열정과 꾸준함을 뒷받침해 주는 프로정신이 깃들어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