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1. 나의 불완전한 20대_외모

by 따스히 잔잔하게

내 외모는 평범하다. 누군가는 내 외모가 예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별로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평범하다는 것을 안다. ‘스스로가 예쁘고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당당하면 외모가 더 빛난다’, ‘외모보다 자존감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평범한 내 외모를 갖고도 늘 자신감을 갖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청소년기 때 형성된 외모 강박이 20대가 된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게 된 것 같다.


나는 여중, 여고를 나왔는데, 여자들만 있는 집단에서도 외모 평가는 많이 이루어졌다. 친한 친구들끼리 ‘오늘 예쁘다’며 서로 외모 칭찬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 ‘너 예뻐서 친해지고 싶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친구들끼리 반에서 누가 제일 예쁘고, 누가 두 번째로 예쁘다며 외모 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눈에 띄게 예쁜 친구와는 너도나도 친해지고 싶어했으며, 연예인처럼 추앙되었다. 나 또한 그런 환경 속에서 외모를 평가하기도 하고 평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나 또한 학창시절 예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예쁘다는 환상에서 살 때도 있었지만 주변에 더 예쁜 친구가 있을 때면 그 친구에게만 쏟아지는 관심에 위축되었다. 이렇게 외모 평가에 익숙해지면서, 나는 누군가를 볼 때, 그 사람의 눈코입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나보다 더 예쁜지 안 예쁜지, 어떤 부분이 더 예쁘고 더 안 예쁜지 평가하는 습관이 생겼다.


대학생이 되고 사회에 나오니,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잘 꾸미고 예뻤다. 그 안에서 내 외모는 그저 평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외모 비교와 평가는 점점 내 얼굴에서 부족한 점들만을 만들어냈다. 이런 비교가 무의미한 것이고, 외모 콤플렉스를 심화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특히 자존감이 낮아질 때면 나는 외모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고, 그럴수록 타인과 비교하여 내 외모를 평가하게 되었으며, 이는 더 자존감을 낮아지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특히, 나의 기분은 남자친구의 외모평가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다. 남자친구가 ‘오늘 예쁘네’ 하면, 나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늘’이라는 단어에 꽂혀 ‘오늘은 예쁜데 다른 날은 별로라는건가?’하고 생각했다. 나의 낮은 외모 자신감은 이런 말 하나하나에도 나를 위축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외모 콤플렉스는 ‘예뻐지며’ 오히려 더 심해지게 된다. 여행을 갔다가 음식이 안 맞아 못 먹었더니 한순간에 살이 빠진 적이 있다. 살이 빠지니 어울리는 옷이 달라져, 스타일링도 확 바꾸게 되었다. 이후 나는 주변으로부터 ‘예뻐졌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공들여 꾸민 날이면 연예인 누구를 닮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학교와 길거리에서 많은 시선들을 받기도 했다. 또, 미소와 사소한 친절을 받는 빈도가 높아졌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예쁘다는 얘기를 듣고 시선을 받을수록, 나는 외모에 점점 더 집착하게 되었다. 거울을 봤을 때 내 외모가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은 날이나, 주변 시선을 많이 받지 못한 날에는 괜히 위축되었다. 매일 체중을 재면서 몸무게가 전날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가면 밥을 안 먹었고, 피곤해도 매일 공을 들여 풀메이크업을 하고 외출했다. 나 스스로가 예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요요가 와서 단기간에 빠졌던 살이 다시 붙게 되었고, 매일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가는 데에도 지쳐 화장도 포기하게 되었다. 나는 다시 평범한 내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꾸며야 예뻐질 수 있고 관심과 친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허탈했다. 처음부터 안 꾸며도 될 만큼 예쁘게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정말 예뻤더라면 외모 강박이 없었을까? 오히려 예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할 것이 두려워 더 꾸미고 외모에 집착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쁘면 자존감도 높고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에서는 벗어나게 되었다.


외모에 대한 집착에서 조금 벗어난 나는, 대신 해야 할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작은 성취들을 해냈고,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때의 나는 또 화장을 하고 옷을 신경써서 입었지만, 내가 입고 싶은 옷들을 입고, 다양한 화장법들을 시도해 봤고, 이렇게 준비하는 시간이 순수하게 즐거웠다. 이 시기 만난 사람들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봐주었다. 전과 달라진 것은 단지 내 마음 하나였는데도.


나는 이제 외모 보다는 내가 가진 장점들을 찾아내고, 거기서 매력을 찾아내려고 한다. 내가 가진 성격의 장점들을 기록해 보고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지점을 알아낸다. 나의 몸에서 장점을 찾아내고, 그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옷을 찾아 입는다. 아직도 나는 살이 좀 찌거나 피부가 안 좋아지거나 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음식이나 활동량을 신경쓰며 관리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내 외모를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않는다. 난 예뻐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