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의 불완전한 감정들_미움
학창시절 내가 안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나에게 나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근데 그냥 미웠다. 그래서 나에게 잘해주는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애는 모두의 주목을 받고 싶어했다. 늘 본인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아이였다. 사진을 찍을 때면 늘 자기가 가운데 있어야 했다. 만나서 뭔가를 할 때도 꼭 자신이 결정한 대로 친구들이 따라와 줘야 했다. 항상 자신을 공주 대접해주는 남자친구가 옆에 있어야 했다. 매번 답변이 정해져 있는 질문들을 했다. 난 그런 그 애가 얄미웠다.
그 애는 활달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늘 앞에 나섰기에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인기도 많았다. 주변 친구들은 그 애의 말을 고분고분 따라줬다. 그 애가 듣고 싶어하는 말들을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키워드를 넣어 말해주었다. 나는 다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기에 함께 그 애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줘야 했다.
그 애는 내가 걔를 미워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나에게 다가왔다. 해맑은 표정으로. 그럴수록 나는 그 애가 원하는 말을 해주고 있었다. 그땐 그 애가 정말 싫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애를 미워할 이유는 없었다.
사실은, 그 애가 부러웠다. 그 애는 하고 싶은 말들을 다했다. 그럼에도 친구들이 좋아해 줬다. 난 인기있고 싶어서 하기 싫은 말을 하는데.
사실은, 그 애의 욕망이 거북스러웠다. 남에게 칭찬을 갈구하는 말들이 싫었다. 왜냐면 그건 내 모습이기도 했고, 그런 내가 싫었으니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나의 질투심이었고, 나의 욕망이었고, 나의 거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