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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Love I'm Given

song by Ellie Goulding

영국 가디언지와 2019년 초 인터뷰를 진행하며 엘리 굴딩은 차기 앨범에 실릴 트랙의 제목을 일부 공개했었다. “Love I’m Given”은 그때 밝혔던 곡 중 하나였는데, 같이 공개했던 “Flux”와 마찬가지로 음반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뽐낸다. 보컬 루프 자체는 엘리 굴딩이 기존 음악에서 종종 썼던 방식이지만, 이것이 소울 스타일의 기타 사운드와 함께 섞이니 웅장한 분위기가 곡에 가득 들어찬다. 후반부에는 성대한 가스펠 코러스와 맞물려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광경까지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굳건한 그녀의 목소리는 지난날의 과오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시 주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노래의 가사에 대해서 엘리 굴딩은 “가면 증후군”을 언급하며, 자신이 일종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올바른 방식으로 타인을 대하지 못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삼아 곡을 썼다고 밝혔다. 자기 자신을 구원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곡이라는데, 다행히도 그런 의도가 훌륭한 결과물로 완성되었다. “과거의 일들은 바꿀 수 없지만, 나는 바뀔 수 있어.” 간단하지만 우리의 삶을 꿰뚫는 정확한 말이다. 살면서 우리는 끊임 없이 부끄러운 역사를 만들어내고, 종종 다가오는 그 흔적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하지만 이를 그저 묻어두는 것이 제대로 된 해방의 길은 아니다. 차라리 지난날의 실수를 부끄럼 없이 들춰내며 훗날의 거름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좀 거창한 첨언인가? 듣다 보면 이런 깊은 생각을 자아내게 하는 곡이다.


(원 게시일: 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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